아...급 사과말씀드려야할지도...
그러니까 사건은 이랬다.
얼마전에 한남동 커피킹(Cofee King)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세일하는 원두 두봉지를 달랑달랑사서 기분좋게 집에돌아왔고...
두봉지중 하나인 디카페인커피를 먼저 꺼내먹고 남은 다른 한봉지를 열었는데
우리가 분명 에스프레소머신용으로 갈아달라고 한것이 드립용으로 갈아져있었던것...
음...이걸 그냥 먹어야해 말아야 해...고민고민하며 한잔을 일단 마셔봤는데...
아무래도 게으른 우리가 드립으로 이걸 맛나게 다 먹기는 좀 힘들것같아 얼른 커피킹에 전화를 걸었더니
원두를 가져오시면 다시 해주신다길래 달랑달랑 들고 다시 커피킹을 방문하게 된것...




지난번에 우리가 방문했을때보다 가게안에는 손님이 꽤 많으셨는데...아마 주말이라 그랬을지도...
암튼...커피봉지를 꺼내자 커피를 만들던 생글생글언니는
'번거롭게 다시 방문하시게 해서 죄송해요.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다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면 커피 한잔 만들어드릴께요.'
라고 하시길래...
그분이 잘못 갈아주신것도 아니라 일부러 그러실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어차피 다른 손님의 커피를 만들고 계셨기때문에 잠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손님의 커피를 다 만들어주시고는 우리의 원두를 확인하시더니
생글생글언니는 아마도 이걸 갈아준 다른 직원분이
아마 에스프레소용이 아닌 원두라 일부러 이렇게 갈아주셨을것같다고 하시며
에스프레소용으로 드실거라면 이 원두보다 다른 원두로 드시는편이 나으니 바꿔주겠다고 하셨고
시간이 바쁘면 간단히 아메리카노를, 조금 시간이 있으시면 아이스드립커피를 한잔 만들어주신다길래
'그그그...그럼....아이스로 부탁드려요...' 했는데
'제생각에 이걸 한번 맛보시는게 어떨까 해서 준비했는데...한번 드셔보시고 천처히 얘기 나누다가 가세요.^^'
라시며 생글생글언니가 가져다주신것은 아이스가 아닌 따뜻한 드립커피...에디오피아 예가체프...
그리고 원두는 우리가 가져온것보다 에스프레소용 원두가 조금 더 가격이 저렴하기때문에 용량을 더 넣었다고 하시며
우리가 가져온것보다 좀 더 큰 봉지로 준비해주셨다.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를 하고 무심코 입에 가져다댄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는...
정말 아차!!!싶었다.
입안에 감도는 잘익은 열매같은 맛, 과일맛도 나고 신맛이지만 우리가 평소에 싫어하던 커피의 신맛과는 완젼히 다른맛...

우리는 평소에 드립커피를 썩 좋아하는편은 아니었다.
가끔 드립커피를 사먹기도 했었지만 늘 뜻뜨미지근한 어정쩡한 온도도 그렇고...
그덕분에 점점 마실수록 시어지기만하는것도 그렇고...
커피와 물이 서로 겉도는 느낌도 그렇고...
집에서도 가끔 드립커피를 만들어먹지만 크게 매력을 느낄수 없었는데...
이건 마치...브라운관TV를 보다가 HDTV를 보는 느낌이랄까?
바로 얼마전에 한남동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라고 일공일공커피를 소개했었는데...
그것도 충분히 맛있는 커피였지만 나름 진짜 고수가 필요했던 드립의 세계에는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것이 많았던것...
그냥 대부분 아메리카노만 마셨기때문에 모든곳을 그렇게 같은 조건으로만 비교했던건 쵸큼 챙피해지는듯...

마지막 한모금까지 감동감동하며 커피를 마시고난 복슝님은
'나 빈 커피잔 들고가서 제가 먹어본드립커피중 제일 맛있게 먹었습니다. 라고 인사할꺼야.' 했고
빈잔을 가지고 가 내려놓은후 내가 본중 참으로 진지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며
'이런 커피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Key가 뭔가요?'
라고 물었다.
생글생글언니는 여전히 생글생글하면서 원두를 잘 볶는것도 중요하고 물의 온도나 도구같은 기본적인것들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커피를 만드는 사람의 실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생글생글언니가 그렇게 말하는것이 자기자신을 높이려고 하는말이 아닌것은...대번에 알수 있었고...
커피를 만드는 손에 따라 같은 커피도 여러가지 다른 맛으로 나타날수 있다는 그말은...
우리가 늘 중요하게 여기던 오리지널의 중요성과도 일치했다.
그리고는 우리가 구입했던 커피와 새로 가져가는 커피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다음에 원두를 구입할때에는 이런부분을 헤깔리지 않도록 다른 직원들에게 미리 전달해주겠다고 했다.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했던 이날 이곳에서의 커피한잔은...
우리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고 새로운 용기를 주기도 했다.
규모와 상황이 다르지만 일공일공의 커피는 분명 한남동 다른 가게들에 비해 충분히 높은점수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미스터초밥왕에서 할아버지의 눈썹이 움직이는것같이...
생글생글언니가 만들어준 커피한잔, 그 첫 한모금은 내 마음을 움직였고...
적어도 지금까지 마셔본 커피중 이 커피를 제일 맛있었던 잔으로 기억할수 있을것같다.

물론 우리가 아직 커피맛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에는 너무 모르는것이 많으므로
너무 쉽게 '이것이 최고의 커피'라고 말하는것은 앞뒤가 안맞을수도 있다.
생글생글언니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커피고수가 아닐수도 있고
이것은 그저 흔한 한잔의 드립커피일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마음...
아쉬운것없이 잘 부르는 노래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겨우겨우 숨이넘어갈듯 열심히 부르는,
무슨말인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부르는 아가들의 노래가 내 마음을 더 많이 움직이는것처럼
아직 내가 최고의 맛을 구별할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 정성껏 만든 한잔의 커피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는것만은 사실이니까...

의지만 있다면 가능할수도 있지만 일반 가정에서 매일매일 커피를 볶아 만들어먹을수 없기때문에
이 한잔의 커피로 앞으로 계속 최고의 커피를 찾아 일부러 돌아다니지는 않을것이다.
집에서 나에게 그냥 제일 만만한 아메리카노나 복슝님이 좋아하는 달달한 믹스커피를 마실때...
그저 정성껏 만들고 맛있게 먹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그것으로 우리에게는 최선이니까...^^

아...어쨌거나 아무래도 당분간은...드립의 세계에 빠져들지도 모르겠다...만...
복슝님말씀으론...
'드립커피에 지대로 빠져들었다가는...패가망신할지도몰라...음하하하하하하하하!!!!' 라시니...
적당히만 빠져들련다...^^
뭐....그래도 몇백만원, 몇천만원짜리 와인에 빠지는것보단 천천히 패가망신하려나? ㅎㅎㅎㅎㅎㅎ
암튼!!! 당분간은 집에서 내가 드립은 안해먹을래...ㅎㅎ


한남역, 한남오거리부근 신성미소시티 1층 커피킹(Coffee King)




이 경험을 하고나니...좀 더 챔피챔피해지지만...^^
커피킹의 지난방문은 아래의 글에 있습니다.

바리스타의 커피, 한남동 커피킹(Coffee King)




달랑달랑 커피를 들고오는길...
너 덕분에 드립커피를 좋아하게 되었지만...그래도 집에선 여전히 아메리카노 맛있게 만들어먹을꺼야...
나 잘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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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클라라 2010.05.20 09:0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역시 커피는 도구 보다는 누가 내리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시중의 별다방, 콩다방은 정말 좋은 기계를 가지고 있지만, 맨날 바뀌는 알바+임시직 직원이 내려주다 보니 맛은 맨날 별로...
    마치 롤스로이스를 면허 딴지 일주일 밖에 안된 초보 운전자가 모는 꼴이죠.

    • BlogIcon gyul 2010.05.21 00:3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이 커피를 마시고 나니 진짜 그 손맛의 고수의 커피를 한번쯤은 맛보고싶어지긴했는데...
      어디가야 그런것을 먹을수 있는지 잘 몰라서...ㅎㅎㅎㅎ
      하지만 아직 제 입맛이 고수를 알아볼수 있을지 저도 자신이 없어서 차근차근 천천히 가려고 해요...
      아직은 제 손맛도 영 엉성하기 짝이 없으니까요...^^

  2. BlogIcon joowon 2010.05.20 10:5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요새 읽은 블로그 포스팅 중 최고입니다. 완전 감동포스팅(읽는 내내 막 설레고 헤롱헤롱) 사실 뭐 맛을 그렇게 잘 알아야하나요. 좀 더 자세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정말 "맛있는" 음식이나 커피는 입에 담았을 때 감동이 확 밀려오지요. 전 얼마전 밥먹은곳에서 셰프님 안아드리고 싶었어요 하하. 그리고 생글생글언니분도 감동입니다. 여기 꼭 가볼께요!

    드립 커피 내리는 거 한번 배워보려다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깨달았다죠. 요리만큼 어려운 듯.

    • BlogIcon gyul 2010.05.21 00:4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커피의 맛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도 생글생글언니는
      바리스타로써뿐 아니라 손님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자세가 너무너무 예쁘게 느껴졌어요.
      분명 그런 예쁜 마음가짐의 사람이라면
      한잔의 커피를 만드는 손길도 얼마나 예쁠지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듯하거든요...^^

  3. BlogIcon seanjk 2010.05.23 22:1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한남동 뽐뿌 또 주시는- ㅎㅎ
    그나저나 저런 언니는 정말 제가 나중에 차릴 어딘가 (카페든, 버거하우스든, 브런치집이든) 적극 스카웃할거에요.
    저는 서래마을 커피집에서 마셔본 예가체프 마시고 감동 받은 적이 있는데 커피킹도 들려보렵니다.

    (한남동에 한 번 출몰할테니 맛집과 카페 동선 귤님이 짜주시는겁니다- )

    • BlogIcon gyul 2010.05.24 22:5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제가 혹시나 예가체프를 처음마셔봐서 그런건 아닐까 하고 며칠후에 동네 다른곳에 가서 예가체프를 또 마셔봤는데
      커피킹이 확실하게 더 맛있었다고 느꼈죠,.ㅎㅎ
      그나저나 저 생글생글언니는 월급 넉넉히 주고라도 데려갈만한 멋진분이랍니다.^^
      요 언니가 근무하시는날이 언젠지 알아봐서 그땐 다른것도 만들어달라고 해보렵니다..^^

  4. BlogIcon joowon 2010.06.30 12:0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기 이번 주말에 가보려는데 대중교통으로 어떻게 가는게 제일 좋을까요 @_@ 이태원역에서 버스? 걸어도 되려나요?

    • BlogIcon gyul 2010.07.01 03:0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지하철역은 한남역이 가까워요...
      한남역에서는 걸을수 있지만 이태원에서는 걷기는 힘들고
      마을버스가 있을건데 그건 제가 잘 모르겠어요...
      강남쪽에서 4백 몇번...버스가 한남역쪽을 지나 이태원으로 가는게 있긴하던데...
      아니면 한남오거리 버스정류장(명동방향)에서 걸으셔도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