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이랬다.

어느오후, 명동성당쪽 버스정류장에 내려 대충 뚤레뚤레 구경하며 신세계백화점으로 가던길에...
중앙우체국앞에서 덩치가 크고 스프레이를 뿌리고 참빗으로 쓸어내린듯한 앞머리에
목에 손수건을 묶은 어떤 여자와 또한명의 일행이 다가오더니 저 아랫쪽 사투리를 쓰며 말을 걸었다.
'저기요... 지방에서 서울구경왔는데요... 여기 밀리오레가려면 어떻해야해요?'
일로가서 절로가세요... 대답해줬더니
지방에서 서울구경하려고 처음 올라왔는데 어디가야되냐며 자꾸만 여기저기 길을 물어본다.
명동에선 뭘 관광해야하냐길래...
'딱히 관광할거 없어요. 쇼핑이나 하고 뭐 먹고...'
대충 대답해주고 빨리 가려고 하는데
이엔  인사동은 어디냐, 청계천은 어디냐 여기저기 길을 묻는다.
자꾸만 지방에서 올라왔다며 아무데도 모르니 좀 알려달라길래...
동서남북 원하는 방향을 알려줬더니
서울사람들이 이기적인지 길을 물어봐도 안알려주는데 너무 친절하게 알려준다며 연신 고맙다며
인상이 좋다느니 너무 친절하다느니 하며 주절주절 끊임없이 말을 한다.
'아...네... 잼있게 구경하세요..' 했더니
자기들이 무슨 동양학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라며 관상이 이렇다느니 저렇다느니 하기 시작한다.
'아...뭐...네...'
빨리 가려고 말을 끊으려 하니 관상과 사주는 다르다며
잠깐 시간이 되면 사주를 봐줄테니 어디 잠깐 앉아서 얘기를 하자고 자꾸만 조른다.
괜찮다고 하고 빨리 가던길을 가려고 해도 자꾸만 붙잡고 뭐 운이 좋네 안좋네...
올해 뭐 조심할게 있네 없네... 너무 늘어지길래
'죄송합니다만 그런건 알고싶지 않아요.' 라고 했더니
아쉽다면서도 갑자기 굉장히 무서운 눈빛을 보내며
관상이나 뭐 이런거에 대해 자기가 얘기해주었는데 이런얘기를 듣고 그냥 가면 안되는거라며
커피라도 한잔 사달라고 요구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사실 이상한 느낌보다 갑자기 굉장히 무서워졌다.
더군다나 나는 그때 혼자있었기때문에 덜컥 겁이나 어떻해야할지 난감해졌다.
간혹 길에서 버스비를 달라거나 하며 돈을 삥뜯어가는 사람들이 있다길래 그런거에 걸린건가 싶기도 하고...
결국 근처 편의점에서 캔커피나 하나씩 사쥬기로 했는데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갑자기 돌변하더니 좋은일하는데 쓸테니 음료수 대신 생필품을 사달라고 한다.
휴지나... 믹스커피나... 뭐 그런...
아...편의점에 사람만 많지 않았어도 얼른 뛰어 도망갔을텐데...
덩치크고 무서운 이 여자는 나를 따라 편의점으로 들어왔고 나머지 한 여자는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기때문에
그런건 시도도 못하고 대충 음료수 두개를 사주고 빠른걸음으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뭔가 삥뜯긴건 맞는것같은데...
분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무섭기도하고...
집에 돌아갈때 다시 그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어두워진 시간에 다시 그 길을 걸어가기도 겁나고...
찝찝한 기분을 잊어보려고 천천히 구경을 하고 이것저것 쇼핑을 해보지만... 머릿속에서 이 찝찝한 기분이 없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명동, 사주, 동양학, 관상, 밀리오레, 지방사람, 관광등등등...
오늘의 키워드를 총동원해 검색해본결과...
대순진리교(?)라는 집단의 이상한 수법이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대충 이런식으로 혼자 걸어다니는 사람들에게 접근한다고 하는데
최근의 검색기록에는 나와 같이 지방사람이라며 밀리오레를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당한 피해에 대한 글이 몇 있었다.

아...다시생각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왠지 심박수가 빨라지는듯한...
옛날엔 그저 길에서 아무나 붙잡고 '기나 도를 아십니꺄?' 하는거나 피하면 되는줄알았지...
길물어보는 사람까지 경계해야할줄이야...

집에 돌아와 너무 무서워 복슝님에게 바로 얘기하지도 못하고 며칠이 지난후에
'사실  나 이런일 있었어...이래가지고 저래가지고 어쩌고 저쩌고...어...막...어...그래가지고 어...막...어....어...막 그랬어....'
한참을 설명한끝에
'난 앞으로 누가 길을 물어봐도 절대로 대답도 안하고 모른척 휙~ 지나가버릴꺼야... 안친절한 사람이 될꺼야..'
라고 말했고
복슝님은 같이 있을땐 괜찮지만 혼자다닐땐 안친절한 사람으로 변신해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도 내 분이 안풀리는걸 알았는지...
'우리 내일 명동가쟈... 너 나한테서 15m뒤에서 따라와... 누군지 알려줘...
밀리오레 데려가서 우리가 삥뜯쟈...'
라며 위로해주었고...
진짜로!!!
다음날 같은 시간 같은장소에 복슝님과 같이 갔지만...
이들은 이미 다른 타겟을 물고 삥뜯으로 갔는지...
아니면 복슝님한테 삥뜯길까봐 겁이났는지...
그것도 아니면 일요일엔 쉬는지...
보이지 않았다.
칫...
너네 운좋은줄알아...


조심하세요...

꼭 같은 자리가 아닐수도 있으나
명동일대에서(나는 중앙우체국바로앞) 2인조로 움직이는 여여커플, 남여커플을 조심하세요.
저의 경우는 여여커플이었으나 인터넷으로 검색해본결과 남여커플도 있다고 해요.
친구사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매나 남매처럼 보이기도 한다는데...
지방에서 올라와 관광하려하는데 어디로 가야하냐며 길을 물어보면
얼른도망가세요.
대부분 밀리오레나 인사동, 청계천을 콕찍어 얘기하며 알려달라고 하고
동양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며 관상이나 사주얘기를 하면 얼른 무시하고 사람들이 많은데로 피하세요.
주로 혼자걸어가는사람을 붙잡고 늘어진다고 하니 혼자다닐땐 조금 경계를 해야할것도 같아요.
몰랐기때문에 순진했다며 나 자신을 달래보려 노력했지만...
당하고 나니 바보같아요.

그리고 혹시나...정말 길을 몰라서 물어보시는 분이라면...
요즘 스마트폰은 대부분 지도서비스 다 되니 스스로 해결하시거나
그냥 외국인관광객처럼 인포메이션센터에서 관광지도 받으세요.
그것도 안되면 차라리 다산콜센터에 전화하시거나...
자칫하면 오해받을수 있으니...
전 다시는...혼자다닐땐...길물어보는 사람에게 절대로 대답해주지 않을거예요.
게다가...그게 길을 묻는게 아니더라도...남모르는 사람이 다가오거나 도움을 요청할때...
쉽게 선뜻 도와주지 않을거예요.
이기적이라고 해도... 어쩔수 없을것같아요...




그러고보니...
이것과 상관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얼마전 UN빌리지 입구에서 핸드폰좀 빌려쓸수 없냐고 하던 사람에게
'그건 곤란한데요...' 하고 안빌려준게 좀 다행인것같기도 하다...
어젠가 뉴슨에 보니 핸드폰좀 빌려쓰자고 하면서 돈뺏어가는 사람들 있다고 하던데...
아... 이젠 최소한의 친절따위도 베풀수 없을것만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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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레이지와이프 2011.06.16 12:3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참 무슨 생각인건지 도대체가 그사람들 참.... 도를 아십니까? 나 기가 참 좋으세요? 이런게 안통하니 관광객행세를 해서 사람들한테 말을 건다는 것 까지는 어떻게 이해를 해본다 치더라도 커피라도 한잔 사라고 이런식으로 말을 하다니...
    참....상식이 통하지 않는사람들이 왜이리 많은지 헛 웃음만 나와요..너무 놀라고 기분 나쁘셨겠어요..꼭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그 동네가서 그런 사람들 만나게 되면 대신 삥 뜯어 줄께요^^*

    • BlogIcon gyul 2011.06.17 03:0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아마도 목이 말라 커피를 사달라고 한것같지는 않고...
      커피를 사달라고 해서 저를 커피숍으로 데려가려고 했던것같아요.
      자꾸만 사주를 봐준다며 10분정도 어디좀 들어가쟈고 했었거든요...
      제가 예상대로 따라가주지 않으니 제 돈을 더 뜯어내려고 했는지 갑자기 음료수대신 생활용품을 사달라며 이상한소리를 해대는데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총을가지고 다니는게 아닌데도...
      요즘은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두렵게 느껴지는게...
      아...너무 싫어요...ㅠ.ㅠ

  2. BlogIcon meru 2011.06.16 16:3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친절을 베풀었다가, 삥 뜯긴 건 아니지만 아주 찜찜하고 무서웠던 경험이 있어요.
    제 자신이 어찌나 바보같이 느껴지던지...ㅠㅠ
    아직도 누가 길에서 말 걸면 (약간 이상해 보일지라도) 모른채 지나가기가 너무 힘들지만,
    일단 한 마디 들어주면 절대로 그냥 놓아줄리 없기에, "모르겠는데요" 혹은 "됐어요" 하고 모른채 지나가기 맹연습 중이예요--;;;
    이런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세상살이가 더욱 각박해지는 듯.
    암튼 기분 푸시고 잊어버리세요.
    guyl님한테 다시 이런 억울하고 찜찜한 일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BlogIcon gyul 2011.06.17 03:1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잊어버려야죠...
      사실 며칠동안 너무 찜찜했는데 혹시 저처럼 바보같이 당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챙피함을 무릎쓰고 글을 올렸어요.
      그런사람을 만났을때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으니...
      그냥 그런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모르는사람과는 말을 하지 않는편이...그나마 가장 나은 예방책이 아닐까 싶어요...

  3. sam 2011.06.17 16:5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하하하 귀여워

  4. BlogIcon dung 2011.06.18 11:4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휴. ㅠㅠ
    저도 작년에 강남교보문고 사거리에서 당했었어요. 논현가구 거리 물어봐서 설명해줬더니... 차한잔 마시자고 해서 알았지요.
    요즘은 방식이 이전보다 좀더 세련(?)되어져서 처음에 잘 모르다가 나중에 알아서 더 화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게다가 최근에는 여성 1명과 남성 2인조로 무장하고 여성분들을 상대로 거의 위압적인 태도로 납치(?) 비스무레하게 행동한다는 루머는 들었지만...

    아 정말 무서웠겠어요. ㅠㅠ

    • BlogIcon gyul 2011.06.22 03:0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정말 무서웠어요...
      납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됬어요...' 하고 돌아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발이 길에 떡 붙어서 못움직이는...
      그나마 여자들이었기에 다행이었던걸까요?
      마침 그저께 길을 물어보시던 어떤 아주머니를...
      모른척 지나쳤어요...
      아닐수도 있지만 아저씨와 함께 계시는 아주머니라...
      아니었다면 그분께는 죄송하지만...
      겁이 났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