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2011)

from 그 들 의 인 생 2011.10.14 02:53

잠이 깼을때... 요 며칠의 날씨에 비해 유난히 공기가 차갑게 느껴져
이불속에서 조금 더 꼼지락거리고 일어나 겨우 양치를 하고 났을때
페이스북알림이 울렸다.
짬을내기 힘든 칭구가 극장에 있다능...
바쁜틈에 잠시 비는 시간이 있어 혼자 영화를 보러 왔다기에
'모볼꺼야?'
'도가니... 시작하려면 50분정도 남았는데 생각있으면 얼른 뛰어와!!!'
ㅎㅎㅎㅎㅎㅎ
혼자 보면 심심할까봐... 대충 고냥이세수 해주고... 후다닥 뛰어나갔다...
나는 착한 칭구니까...^^

잠시 쉬는틈에 보기엔 영화가 좀 무겁나?
이 영화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조금 걱정했고 칭구도 그런이유로 조금 망설였다고 했지만
그래도 한번 보는게 좋을것같다고 했고
다만 아가를 둘이나 키우는 칭구에게 극장에 오는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일이기때문에
빅싸이즈 팝콘과 콜라는 꼭 필요하다며 미리 내 티켓과 간식까지 사놓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목요일 오후 엄한 시간이었지만 극장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곧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았기때문에
유난히 눈물이 많은 내가 이 영화를 제대로 잘 볼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내 상황은 평소와는 달랐다.
울컥하는 마음을 참을수 없어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영화를 본후
너무 화가나 심장이 얼마나 빠르게 뛰었는지 호흡이 힘들어지고 얼굴이 뜨거워졌으며
나는 심하게 경직되었다.

왜 이 영화가 만들어질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는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이미 오래전의 일이고, 방송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들이 알려졌지만
바뀐것은 하나도 없는 상태로, 이만큼의 시간이 흘러와버렸다...
결국 이런식이 아니면 안되는건가?
솔직히 나같은 사람 한명이 이 일에 대해 분노해도... 사실 내가 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탄원서를 내고 서명운동을 하고 심지어 시위를 해도...
모두 조금이라도 달라지기를 원하며 하는 행동이지만 당장에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다...
잘못된 결과를 제대로 돌리기 위해 따로 해야할일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저 모두 자기일을 제대로 했다면...

여러가지로 약자의 위치에 있을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행동을 할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영화속에서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모른척해왔고
이렇게 시간이 흘러 책과 영화로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모두 그 끔찍한 기억을 간접적으로 체험한후에야
영화처럼 주목받고싶어서인지 큰소리를 치기 시작하고 뒤늦게 학교의 문을 닫으라 하고 법을 만들자 하지만
만드네 마네 하는 법은...결국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인지
제목만 번지르르할뿐, 헛점 투성이인건 이미 앞선 다른일에서도 다 겪어본것을...
우리나라는 늘 그렇듯, 뭔가 잘못하여 받는 처벌이란건 문을닫는게 전부일뿐,
아마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다시 또 다른 이름으로 그런일을 저지를게 분명하다 할수 있겠다.
그들에게 학교라는이름은 그저 영업장에 불과할테지...

처벌을 내리더라도 상처는 나았어도 그 흉터는 남아있는것처럼
그 일을 겪은 아이들과 가족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 일이 없던것이 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을 위로할수 있는것은 그와같은 희생자가 더이상 나오지 않게 단단한 보호막을 쳐주는것이지만
참 미안하게도 그간 봐왔던 우리의 상황으로는 아마 거짓 약속이 되어버릴것만같아서 두렵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어느 한부분은 보통의 사람들처럼 자유롭지 못하나
분명 그것을 보완하여 살아갈 어느 다른 부분들은 더욱 튼튼하다..
영화를 보는것만으로 내가 그 일을 당한것처럼 이렇게 하루종일 진정이 되기가 어렵건만
어린 아이들이 어떤힘으로 버텨왔을까...
몸대신 마음이 더 튼튼하다고 해도... 이건 삼키고 넘기기엔 너무 고통스러웠을텐데...

이런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어야 한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일이 생기지 않아어야하기때문에...
아이들이 겪은 상황보다 더 충격적인 그것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어이없는 결과들이 아예 애시당초 처음부터 있어서는 안되는일이다...

아무쪼록 이 일에 대한 논의가 이벤트쯤으로 생각되지 않기를 바란다.
어떠한 상황과 상관없이 이 일은 아주 천천히 꼼꼼하게 새로 시작되어야 하며
이미 지난일이라 죄를 지은사람과 그들의 죄에대해 벌하지 않은 사람들을 처벌할수 없다면
그들 모두 평생, 다시는 그런일에 종사할수 없게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모든사람이 법앞에 평등하지 않기때문에...
적어도 그것을 공부하고 그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이라면,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군가의 편에 서달라는 요구따위는 하지 않을테니
평등하지 않은 사람들을 평등하게 해주기위해 그 재능과 지식, 열정을 사용해주었으면한다.
(그러라고 세금으로 월급준다...)
그들은 누군가가 마구 함부로 대해도 되는 약자가 아니라
단지 같은 사람이니까...


도가니
감독 황동혁 (2011 / 한국)
출연 공유,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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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클라라 2011.10.17 13: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영화에 이어 책을 읽고 더 분노했더랬어요.
    그래도 그나마 재수사가 시작되었다는 게 위안...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 BlogIcon gyul 2011.10.18 03:0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재수사가 시작된것은 다행이라고 생각되지만
      재수사를 급하게 시작하게 된만큼 수습도 또한번 대충하지 않기를 바래요...
      이 일은 어영부영 해결된다고 해도 비슷한 다른일들에 대한 제대로 된 법이나 규칙이 없기때문에
      더 험하고 더 무섭고 화가나는 일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이 일어날까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해요...
      이 일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벌써 영화의 인기가 식어간다는 기사들이 쭉쭉나오는걸보면서...영화의 인기가 사그라드니 이 일에 대한 관심과 수사진행상황도 어영부영 사그라들까봐 걱정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