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급하게 집을 나가며 차에 타려는데
뭔가 뒤에서 샥~ 지나간게 느껴진다...
얼른 몸을 숙여 아래쪽을 살펴보니... 까만 무언가가....
속도가 그리 빠르게 샥!!! 숨는게 아닌걸로 봐선... 까망인가?
시꺼멓고 큼직한건...
나를 봐도 도망도 안가는, 냥고네 집까지 저벅저벅 걸어들어가
기어이 밥을 빼앗아 먹고마는 까망이밖에 없는데...
그녀석인가 싶어 살펴보니 까망이랑 비슷하긴하지만
뭔가 더 꾸질꾸질하다...
까망이는 꽤 깔끔하고 날렵하고 깨끗한데...



엉? 넌 누구니?

처음보는 이녀석은 언제부터 이 동네에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를 보고 도망가지도 않고 능숙하게 밥스테이션을 기웃거리고

요즘 냥고와 모래가 자주와서 밥을 먹고가는 자동차 아래에 떨어진 사료를 주워먹다가 나를 보더니

슬그머니 건너편으로 걸어가 살포시 앉는다...

한눈에 봐도 배가 음청고파보이는 이녀석은

블랙앤화이트의 털옷을 입고 코밑에 숱검뎅, 눈동자는 에메랄드컬러로 이동네 녀석들과 비슷한데...
딱봐도 나이가 좀 있어보여...




가지고 있던 사료를 좀 주려다가
다른 고양이들의 위협을 심하게 두려워하는 냥고를 위해 '이리와~' 하면서 다른쪽으로 데려가 사료를 주려는데
이녀석은 언제부터 여기와서 사료를 몰래 먹었는지 몰라도...
따라오지 않고 '어서 밥을 차리라!!!' 하고 있다...

냥고가 먹는곳과 겹치지 않게 하려고 다른쪽에 녀석이 보도록 사료를 놓아주고 일단 급하게 집을 나섰고
저녁에 돌아와 블랙박스에 찍힌 녀석을 복슝님에게 보여주며 녀석의 정체에 대해 진지하게 논했다...
확실한건 없지만 아마 이녀석과 까망이, 그리고 꼬맹이가 한 라인으로 연결되는듯한...
멀뚱한 표정은 냥고와, 넙데데한 얼굴형은 냥고남편과, 전체적인 모습은 까망이와 꼬맹이와...
그리고 냥고남편을 제외한 나머지녀석들의 숯검뎅...
그렇다면 아마도 이녀석이 냥고의 조상쯤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다랐고...
그날로 이녀석의 이름은 '조상'이 되었다...
ㅋㅋㅋ

암튼 그게 아마 한 2~3일전쯤되는데...
태풍의아침, 잠시 나갔다 들어오는길에 보니 조상이가 비를맞으며 어디론가 터벅터벅 걸어가고있었다...
비가 많이오지않았다면 트렁크에 있는 사료를 좀 덜어줄수 있었겠지만 오늘의 태풍비는... ㅠ.ㅠ
아직 냥고와의 관계가 어떨지 모르지만 싸우거나 괴롭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꼬질한 이녀석도 거두어줘야 할것같은데 문제는 역시 냥고...



냥고의 근황

여러가지 사정으로 냥고네 집앞에 밥을 주기가 애매해서
요즘은 자동차 아래에 사료그릇을 넣어두는데
밥그릇테러를 가하는 아저씨가 출근하시는 낮에 꽤 오랜만에 밥스테이션을 오픈했다...
얼마전 찍은 냥고와 모래가 자동차 아래에서 밥먹는사진과 동영상때문에... 
냥고는 보통 사람들을 피해 숨거나 뭘 먹을때 자동차 아래의 공간이 그리 좁거나 몸이 끼지 않을만큼
작고 야리야리한편...
게다가 겁이 많아서 어떻게든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숨어있는편인데
어느날부턴가 계속 머리만 자동차 아래에 넣고 몸을 밖으로 빼고있는게 아닌가...
밥스테이션 운영할때보다 제때 밥주기가 힘들어져서 살이찔만큼 잘 챙겨먹는다는 생각을 못했었지만
복슝님도 냥고의 요즘 얼굴이 통통하게 살이 살짝 오른게 예쁘다고하길래 그런가보다 했다가...
공격하는 사람이 없는시간에라도 편하게 밥을 먹으라고 밥스테이션에 사료를 놓아두고 살펴봤는데
아무리봐도 몸이 좀 심하게 불룩...
살이 찐게 아니라 그냥 불룩한느낌...
밥을 먹고 걸을때 살펴보니 확실히 배가 불룩...
늦은밤 사람들이 없을때 길한복판에 나와 뒹굴뒹굴하고 있을때 봐도 불룩...
냥고가 다시 새끼를 가진거 아닌가 싶은 의문이....
그때문인지는 몰라도 냥고는 요즘들어 더더욱 나를 경계하고 날이갈수록 아이컨텍을 잘하는 모래에 비해
냥고는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최대한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배가고파서 집근처에 와 밥을 달라고 나를 부르며 미융미융거리는것도 냥고대신 요즘은 늘 모래가....

암튼... 
이런 냥고의 상태덕분인지...
좀전에 나타난 조상이를 보고 냥고는 동네가 떠나갈듯 비명을 지르시고...(새벽 한시 넘었는데...ㅠ.ㅠ)
나는 동네사람들이 깰까봐 얼른 나가서 일단 녀석들을 떨어뜨려놓았다...
아무래도 냥고는... 가족 이외의 다른 고양이들과는 친해질 생각자체가 없는듯...
동네에서 제일 힘없고 제일 겁많은 냥고는 지켜야 할게 너무 많아서 더욱 그런가보다...
보기에도 몸이 불편해보이지만...
그와중에도 이제는 혼자와서 밥잘먹고 쥐돌이놀이도 신나게 하고가는 모래가 걱정되는지...
여전히 모래 아가때처럼 데리고 와서 밥을 먹는것을 지켜본다...

냥고의 상태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상황으로 볼때...
조상이가 냥고가족과 무슨 연관이 있건 없건 좋은관계로 진행될것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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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핀☆ 2012.09.19 07:0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조상이 ㅋㅋㅋ 이름의 유래가 ㅋㅋㅋ 밥을 차리라ㅋㅋㅋㅋㅋㅋ 냥고는 임신을 한 모양이군요. 새벽에 울어대면 사람들한테 더 미움받으니까 노심초사하시겠어요;

    • BlogIcon gyul 2012.09.19 23:1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뭔가 귀엽고 상큼발랄한 이름을 지어주기엔...
      얘는 왠지 사극에 나오는 허연수염 많은 할아버지같아서요...ㅎㅎ
      그나저나 검색해보니 고양이의 임신기간이 65일정도 된다는데...
      어느정도가 되어야 출산을 하는지 제가 본적이 없어서 지금 냥고의 상태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배가 빵빵하게 뿔룩해서 앉거나 좁은 틈을 들어가는걸 최대한 조심하는것같고... 길바닥에 누워 뒹굴거려요... 냥고가 이러는건 처음본것같은데....
      그나저나 날씨가 지금도 밤엔 추운데... 이런계절에 새끼를 낳아서 어떻게 될런지...
      냥고는 보통 봄에 새끼를 낳았기때문에 앞으로가 걱정이네요...

    • BlogIcon 핀☆ 2012.09.20 00:4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보통 야생동물은 임신을 하는 기간이 어느정도 정해져있죠. 근데 길냥이 같은 경우는 체계적으로 잡혀있는 자연속에서 사는건 아닌지라... 곧 추워지는데 지금 막 임신한거면.. 겨울에 출산할까봐 걱정되네요;

    • BlogIcon gyul 2012.09.20 03:4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저도 그게 걱정이예요...
      보통 매년 봄쯤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기때문에 저는 일년에 한번인줄알았거든요...
      이번엔 어떻게 된건지.... 겨울까지 가지 않아도 지금도 충분히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새끼들을 낳아 어느정도 꾸물대며 돌아다닐때쯤되면 확 겨울이 올것같은데.... 그간 냥고의 경험으로 잘 해나갈수 있을수도 있지만... 그래도 많이 힘들것같아서 보는 마음이 많이 짠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