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비이야기

from 동 네 친 구 미 융 2015. 6. 9. 22:07


지난 겨울 이후로 냥고를 못본건가?

동네 길고양이중 가장 처음만난 냥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길고양이의 생은 집고양이들보다 훨씬 짧다더니... 정말 그런건가?

마지막 인사도 못한상태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 결과를 떠올리기가 싫다.

암튼...

그렇게 봄이 왔고 동네에 새 아가고양이들이 태어났다.

아가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처음 들린건 5월말쯤...

냥고가 총 네번의 출산을 했는데 그중 세번째인 삐쭉이가 처음으로 엄마가 된건데 

처음인데다 도와주는 냥고도 없어서인지 겨우 세마리만 눈에 띄었다.

냥고가 출산을 할때마다 처음 밖으로 나오는 아가들의 숫자가 대여섯정도 되었던것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숫자다.




6월 1일...

드디어 아가들이 집밖으로 나왔다.

그중 가장 호기심이 많아보였던 노란녀석...

집에서 가장 멀리 나와 혼자서 돌아다니다 나를 보고는 눈을 똥그랗게 뜨더니 

삐쭉이를 따라 하악질과 그르릉거리기도 했다.




6월 2일...

셋이 붙어다니면서도 제일 늠름했던 노란녀석..




6월 3일..

이상한 낌새는 이날부터였다.

다른녀석들에 비해 반응이 현저히 느려지거나 심지어 아무반응없기도 했던 노란녀석...




그리고 6월 4일... 

해가 뜨기전 새벽, 삐쭉이네 아가들중 둘이 아직 화단 나무뒤에 숨어있었다. 

복슝은 가까이에서 보고싶다며 밖으로 나갔는데 

지난번 나에게 하악질을 날리던 씩씩한 노란녀석의 눈이 좀 이상하다기에 살펴보니 

진물, 고름같은것때문에 생긴 눈꼽으로 눈을 뜨기 힘들어보였다. 

아무리 아가고양이여도 야생성이 강한녀석들이라 잡을수가 없어 

늘 그랫듯 삐쭉이가 데리러 올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리다 잠이들었고 오후에 일어나 내다보니 고양이들이 없었다. 

데려갔나보다 생각하고 약속이 있어 나가는길에 우연히 빗물배수로에 쓰러져있던 노란녀석을 발견했다.

달아날 힘은 없어보였지만 꺼내려고하니 버둥거리며 온힘을 쓰는듯했다.

닦아도닦아도 계속 나오는 진물(아님 고름)을 겨우 닦아 다행히 눈을 뜨게되어 일단 근처 동물병원으로 달렸다.

어디선가 이름을 불러주면 힘이날수도 있다고 해서 가는동안 급조해 '(눈)꼬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힘내라며 계속 불러주었다.

병원에서 선생님과 상의 후 일단 수액과 항생제를 놔주고 엄마가 데려가는지 보고

만약 데려가지 않으면 다음날 병원에 와 입원치료하기로 했다.

그렇게 조금 기운이 든 꼬비를 삐쭉이가 밥먹으러오는 화단에 숨을수있게 놔주고 급하게 돌아서는길,

꼬비는 우리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우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새벽 1시반쯤, 집으로 돌아와 화단을 살펴보니 사료를 먹은 흔적이 있고 꼬비는 없었다.

삐쭉이가 데려갔나보다 하고 좋아하려던것도 잠시, 어디선가 느낌이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렸고

혹시하는생각에 살펴보니 어느 차 밑에 꼬비가 목이 넘어간채 쓰러져있었다.

숨을쉬는지 확인하고 얼른 꺼냈다.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들은걸까? 힘겹게 숨을 쉬며 누군가를 부르듯 사력을 다해 우는 꼬비는 무척 힘들어보였다.

어떻게해야할지몰라 고민하다 얼른 수건을 가지고 나와 꼬비를 싸고 밝은곳으로 자리를 옮겨 꼬비를 쓰다듬으며

가지 말라고 이름을 불러줬다. 꼬비는 조금 안정되는듯 숨을 쉬었지만 동공반응이 심상치않은게... 조금 어려워보였다.

이게 마지막밤이라면, 차가운 길바닥에서 혼자가게하고싶지않아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복슝은 바닥이 딱딱할거라며 아끼던 옷을 꺼내와 깔고 덮어주었고 나는 꼬비를 쓰다듬고 발을 만지며

가지말라고,혼자가 아니라고, 버티고 우리 가족이 되어달라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꼬비는 힘든 숨을 이어가다 결국 두시간반쯤 후,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우리는 꼬비를 잘 싸서 해가 뜰 무렵, 동네 공터 나무아래에 묻어주었다.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내잘못인것같아 미안하다는 말도 미안했다.

꼬비야... 아무도 기억하지도,알수도 없겠지만 우리가 기억해줄께...

그곳에선 아프지말고 버림받지말고 행복해야해... 



꼬비의 마지막순간은 힘겨웠으면서도 처음과 달리 차분했다.

꼬비는 스스로를 위하기 보다 슬퍼하는 우리를 위해 더 그런게 아닐까 싶을만큼...

더욱 슬펐던것은 그동안 키웠던 내 두 강아지, 태지와 삼숙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널때

내가 옆에 있어주지 못했기때문이었다.

엄마는 내가 너무 상처받을까봐 그랬는지 마지막순간에 나에게 연락해주지 않았다.

꼬비의 괴로운 마지막순간을 보며 내 사랑하는 강아지들에게 끝까지 나는 참 나쁜사람이었다는 생각에

더욱 절실하게 꼬비가 버텨주기를 바랬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어쩜 내 이기심일수도...

나는 참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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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토닥s 2015.06.10 06:0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ㅜㅜ )..(할 말을 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