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땐 잘 하지 못했던 저금통생활.
언제나 꼼꼼하고 절약정신이 강했던 우리 옵빠와 달리
나는 저금통 속 동전을 다시 꺼내는데에만 소질이 있었던 관계로
하나씩 야곰야곰 꺼내 아수쿠림을 사먹고 떡볶이를 사먹었던 철없는 막내였던지라
한번도 저금통이 제대로 꽉 차본적없는...
늘 내 배만 불리고 저금통은 늘 굶겨버렸던...

그런 내가 저금통을 꽉꽉 채우기 시작한것은 바로 내가 좋아하던 보트타는 푸우 저금통을 사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복부비만 푸우의 배를 꽉꽉 채워주기위해 동전을 넣기 시작했지만
복쓩님의 친한 친구 아들래미께서 우리집에 놀러왔다가 이게 장난감인줄알고 가지고 놀기시작했고
그로부터 대략 5분도 안되어 사진과 같이 박살내 버리는 사고가 생기는 바람에
보트타는 푸우는 사실상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물론 사용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지만 여전히 저 틈으로 좀 꺼내볼까 하는 욕구가 생겨버리는 바람에 더이상 사용하지 않았고
그 이후로는 속이 보이고 열기 편하지만 쌓여가는 동전이 잘보여 뿌듯함을 느끼도록 좋아하는 유리병에 동전을 넣기 시작했고
한푼두푼 잘 모여 꽉 찰때면 은행에 가지고 가 저금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그동안 저금통에 모아오던 동전이 꽉 차버린관계로 은행에 입금하기 위해 동전을 세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늘 동전을 입금할때마다 세는것보다 조금씩 모자랐던 경험이 포실포실떠오르는것이었다.




차곡차곡 쌓아보니 저만큼. 사진속에 없는 지폐는 우선 옆으로 빼놓고...
은행에서 헤깔리지 않도록 1000원단위로 끝날수 있을만큼만 가져가기로 했다.

다 세어놓긴 했지만 늘 동전입금기계는 내 동전을 꿀꺽 해버리는 바람에 이날밤에도 다음날 그 상황이 재현되는것일까 두려웠다.
게다가 은행에 동전을 입금하는 기계가 없는곳도 많고 어떤곳은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만 동전을 받는다는 말이 있고
불만제론가 소비자고발인가에서도 동전입금기계의 문제점이 나온적이 있어 더욱 불안해졌다.
그래서...




확실하게 하기 위해 동전을 단위별로 끊고 무게를 달아 여러번 확인을 한 후 단위별로 봉지에 따로 담았다.
내가 아는 집근처 동전기계가 있었던곳은 옥수동 국민은행이었기 때문에 혹시 다른곳은 갔다가 없을까봐
나의 주거래은행을 외면한채 국민은행으로 가기로 했고
내 동전을 꿀꺽하는 일이 없도록 소량씩 넣어 오래오래 천천히 입금할까도 생각했다.
(사진속의 동전은 100원짜리 100개, 10000원의 중량, 비닐포장과 포장을 묶은 철사끈의 무게까지 합했을때 542g이 나온다.
봉지와 철사끈의 무게가 1g정도 될까말까니까.. 거의 동전의 무게라 할수 있다.)




백원짜리 여러봉지 오백원짜리 십원짜리 오십원짜리 모두한봉지씩 잘 포장.
동전이 워낙 무겁다보니 봉지가 뜯어질지도 몰라 한번 돌려 포장하는 2중포장까지 완벽히 해두었고
숫자와 가격을 메모지에 적어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한번더 튼튼히 지퍼백에 포장하고




마무리로 보이지 않도록 종이봉투에 넣고 일부러 못싱기게 만든 장바구니에 담았다.
들고가는 동안 사람들이 저것은 절대 돈이 아닐거야 라고 생각하도록...ㅎㅎㅎㅎㅎㅎ
물론 너무 무거워서 복쓩님이 같이 들고 가주기로 했지만 혹시나 하는 예방차원에서
누군가 이 동전을 노릴경우를 대비해 돈으로 귀싸대기를 한대 후려치는 동작을 반복 연습하기까지 했다.ㅎㅎㅎㅎㅎㅎㅎ

얼마 되지도 않는 동전을 입금하는게 뭐가 이렇게 부담스러운걸까?
언제나 몇십원에서 몇백원까지가 없어져본 경험을 한 나로써는 특히나 동전입금을 하면서 생기는 그 실랑이가 너무 싫다.
게다가 이젠 동전은 돈도 아닌양 은행에서 잘 받아주지 않는다는 소문은 더더욱 입씨름하기 싫은 나를 괴롭게 한다.
어렸을때 통장하나와 동전몇개 들고 은행에서 저금을 하던 그런 기쁨보다 뭔가모를 이런 찝찌구리한 느낌은 어쩌다 생긴거지?

암튼....
다음날이 되었고 복쓩님과 만반의 준비를 한 동전이 든 장바구니를 들고 은행에 갔는데 동전을 입금하는 기계가 없어져버렸다.
이런...혹시나 오전에만 동전받는다는 그런 룰이 생긴걸까? 하고 걱정하며 창구에 물어보았더니
동전을 받아주겠다며 달라고 하신다.
아...동전기계가 이제 안에만 있구나...
다행인것은 시간때문에 동전을 다시 집이나 다른 은행에 가지고 가는 번거로움이 없어졌다는것.
이건 사실 당연한건데도 왜 나는 그렇게 좋아한거지?
모든 동전기계가 다 에러가 나는건 아닌지 아니면 방송이후로 많은 은행에서 기계를 바꾼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동전이 모두 제대로 된 갯수가 나와 기분이 좋아졌다.

집에오면서 복쓩님과 나는 '분명 은행이 지금 한가한 시간이라 그럴거야. 이동네 사람 많은데 아니잖아...' 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은행에서 하는 일이지만 왠지 오늘 운이 좋았던거야. 라고 생각이 되는건 왜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몇몇은행은 동전을 잘 취급해주지 않고 기계의 오류로 한사람에게는 작은 돈이지만 모이면 큰돈이 되는 액수가
은행의 몫이 되어버린다.

작은 동전일뿐이지만 나에게는 너무 소중한것.
동전이든 지폐든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소중한것이고 그것을 그저 그 액수에 맞는 가치로 여길수 없기 때문에
이런 부담감이 빨리 없어질수 있도록 많은것이 고쳐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동전을 들고 헛걸음하는 사람들이나 공과금 납부 기계앞에서 계속 해매는 어른들을 볼때면 답답해지는게 사실이니까...
수수료는 날이 갈수록 늘고 창구의 직원은 줄고 기계가 할수 있는 일은 정해져있고...

겨우 동전 몇개 입금하면서 나 또 말이 많아졌구나...
어쨌거나 동전은 안전하게 내 통장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은행 창구에 있던 비타민C 사탕은 꽤 맛있었던것으로
나는 마음이 편안해졌지만 그래도 다음번에 또 저금통이 꽉 차서 은행에 가게 되면...
미리 전화한번 해봐야겠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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