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부터 줄곧 강아지를 키우며 살았다.
내가 기억도 안날만큼 어렸을때 마당에 열마리정도 되는 강아지들이 뛰어다니는 사진이 있는것을 보면
아마 우리 엄마도 나처럼 강아지를 좋아했었나보다.
어쨌건 그 많은 강아지들과 이별한 기억이 없는 이유는
어린마음에 충격을 받을지 모른다며 그간 엄마와 압빠는 나에게 강아지가 하늘나라에 갈때마다 알려주시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새로 만나게 된 다른 강아지들 덕분에 함께 지내던 강아지의 빈자리는 금방 채워질수 있었는데
아마 앞으로 내가 절대 강아지를 키우지 못할만큼 사랑했던 두마리의 강아지를 소개한다.




첫째 강아지는 '태지'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우리와 함께 살았다.
물론 내가 결혼하여 집에서 나온 후에는 엄마가 나대신 보살펴주셨지만...
강아지를 돈을 주고 사는일이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는 길을 잃은 강아지를 곧잘 집에 머무르게 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우리 집안 내력이었는지...태지는 외할머니와 함께 살던 막내이모가 아파트 주변에서 데리고 왔다고 했다.
길을 잃은지 오래된듯 좀 꼬질꼬질 더러워보였던 태지를 양손 쭉 뻗어 그야말로 들고 집으로 왔다고...
목욕을 시키고 나니 새하얀 강아지의 까만 눈동자가 무척 반짝 거렸다고 했다.
가끔 할머니는 그때의 태지 얘기를 들려주셨는데 그로부터 얼마 후
내가 너무 예뻐해서 집에 몇번 데리고 왔더니 이모가 아예 태지를 우리집에 보내주었다.
그때부터 태지는 나의 진짜 여동생이 되었다.




태지라는 이름은 이모가 지어주었다.
물론 우리이모도 그때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이었던지라 별 이유없이 태지라고 했지만
나는 친구들에게 태지를 소개할때마다 '피구왕통키'에 나오는 태지라고 설명했다.
우리 이모의 성이 바로 '맹'씨였기 때문에 태지는 그때부터 맹태지가 되었다.




둘째 강아지는 '삼숙이'
삼숙이는 2001년 우리동네에 버려졌었다. 거의 다 죽어가는녀석을 엄마가 데리고 왔는데
엄마가 삼숙이를 데리고 올때 삼숙이를 담아온 상자가 '빨래삶는 삼숙이'라는 상자여서 우리는 처음에 보자마자
너의 이름이 삼숙이구나...했다.ㅋ
그때만 해도 삼숙이를 우리집에서 키울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첫번째 이유가 바로 태지였다.
외동강아지로 오래지낸 태지의 견제때문에 다른 강아지를 몇번 데려왔지만 사이가 좋지 않아 모두 다른집으로 보냈기 때문에
삼숙이를 오래 데리고 있기 힘들것같았는데
다른강아지들과는 매일 싸우고 다투고 으르렁거리던 태지가 왠일인지 삼숙이는 그냥 무시로 일관했었다.
예상과 다른 반응에 일단 첫번째 고비는 넘겼고 두번째는 압빠였다.
강아지 한마리는 괜찮지만 두마리는 압빠가 버거워했었다.
하지만 워낙에 얌전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삼숙이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만큼 조용조용해서 압빠의 시야에 잘 보이지 않아
별탈 없이 삼숙이도 내 여동생이 될수 있었다.
 



삼숙이는 우리집에 온 2001년부터 하늘나라에 가던 2004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무슨일인지 모르지만 태지는 원래 키우던 주인으로부터 심한학대(?)를 받았을지 모른다던 병원선생님의 말씀이 있으셨다.
아주 아기강아지였지만새끼를 낳은 흔적이 있는것으로 보아 우리는 원래 삼숙이를 키우던 주인이 새끼를 팔려고
삼숙이를 길로 내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 삼숙이는 얌전하게 잘 지냈지만 문만 열리면 아무도 모르게 집을 나가버렸다.
두번의 가출...하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삼숙이를 찾아냈다.
동네방네 전단지를 붙이고 수소문하고 울고 불고...
엄마는 '두번씩이나 집을 나갔다가도 찾을수 있는걸보면 너는 끝까지 우리 식구인가보다.' 하시며
죽을때까지잘 키워주자고 하셨다.
하지만 삼숙이는 오래 살지 못했다.
집을 나갈때마다 동네의 무서운 깡패고양이들에게 여기저기 물려 이가 세개나 부러지고 등짝에는 고양이 이빨자국때문에
피도 많이 나고 병균이 옮았는지 피부병때문에 털도 다 빠지고 온몸에 딱지도 생기고...
병원을 제집드나들듯 들락날락...
그래도 열심히 고쳐주었지만 워낙에 약한 녀석이 이런 일들을 겪어서 그런지 몸이 아주아주아주아주 약했다.




결국 삼숙이는 2003년 집을 나갔을때 생긴 상처들로 2004년 하늘나라로 갔는데
엄마말로는 며칠을 끙끙 거리다가 옵빠가 일본으로 공부하러 가면서 새언니와 조카도 일본에 가게되었는데
출국하는날 오후에 결국 하늘나라로 갔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그 얘기를 나한테 보름쯤 후에나 얘기해주었다.

태지는 나이가 꽤 많았는데 노년에 병을 얻어 2007년 하늘나라로 갔다.
건강했었지만 어느날부턴가 살이 쪽쪽 빠지기 시작하더니 잘 먹지도 못했다고한다.
내가 한참 바쁠때쯤이라 집에 자주 들르지 못해서 엄마랑 전화통화만 하다가 어느날문득
'태지는 잘 지내지?'하고 물었는데 엄마가 얼버무리길래 그때 알았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다가 얼마나 울었는지...

아직도 나는 여전히 지나가는 강아지만 봐도 너무너무 예뻐하고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하지만
아마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못할거란것을 잘 안다.
헤어지는 슬픔이 어떤것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 두 아이들을 너무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하지만 또 길을 잃고 헤매는 녀석들이 있다면 마음이 약해져서 집으로 데리고 오겠지?


태지와 삼숙이와 언제나 셋이 함께 잠을 잤는데
태지는 나의 왼쪽에, 삼숙이는 항상 오른쪽에서 잠을 잤다.
삼숙이도 태지도 하늘나라에 가고 난 후 나는 매일밤 꿈에 태지와 삼숙이를 만났으면 하고 기도했지만
한번도 그 모습을 볼수 없었다. 강아지는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주인과 함께하기를 원한다고 하는데
나는 충실하게 그렇게 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혹시나 나를 원망할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언제나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것을 알게해주기 위해서 태지와 삼숙이를 다시 만들었다.
언제나 튼튼했던 태지는 아이보리색 린넨에 까만 눈동자를...
언제나 몸이 부실했던 삼숙이는 특별히 구입한 유기농솜을 넣어 좀더 튼튼해지라고 했지만 여전히 좀 부실해보인다.ㅋ
하지만 저 인형을 만들고 난 후 아주 가끔 태지와 삼숙이나 꿈에 나타나준다.
사람들은 개꿈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나에게 제일 좋은 꿈중 하나가 바로 태지와 삼숙이가 나오는꿈이다.




엄마집 장독대에서 뛰어노는 태지.
평소 장난도 잘치고 눈치 빠르고 꽤 똑똑한데 사진찍어줄때마다 캄웰아를 피한다. 간만에 활짝 웃는 태지 얼굴이 너무 예뻐
내가 좋아하는 사진...
2005년쯤...
여전히 강아지나이로는 중년이지만...꽤 어려보이게 나왔다.ㅋ




삼숙이를 처음 데리고 온날...
사진에 보이는 저 빨래삶는 삼숙이 상자 덕분에 삼숙이라는 이름이 지어진날...
보기보다 매우 내성적이며 낯을 많이 가리는데 우리집에 오자마자 확 웃어주는 바람에 엄마가 키우기 결정!했다.

태지야, 삼숙아...
언제나 보고싶어.
언니 꿈에 자주좀 나타나줘...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 곧 무지개다리아래에서 만날수 있을거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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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선경 2009.06.13 13: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강아지를 키우서 하늘나라로 보냈는데 이 글을 읽으니 가슴이 아프네요....
    우리 아가도 하늘나라에서 삼숙이랑 태지랑 잘 살고 있겠죠?

    • BlogIcon gyul 2009.06.29 20:0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제가 댓글을 너무 늦게 봤네요.
      예쁜 강아지 보내는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아마 더 예쁜 모습으로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거예요.

  2. BlogIcon 방긋웃으며산다는건 2009.09.17 13:4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귤님.. 저도 어릴적에 재롱이란 강아지를 키웠는데
    옆집 그 빌어먹을 개 엄청 큰 개가 우리 재롱이를 물어 뜯어 죽이는 바람에 그걸 바로 앞에서 본 게 바로 저였어요.
    그 이후로는 강아지를 키울 맘이 사라졌어요.
    아, 근데 온가족이 정말 맘이 따뜻하신 가봐요... 유기견들 데려다가 사랑으로 키우긴 정말 쉽지 않은데... 귤님은 정말 복 많이 받으실거 같아요.

    • BlogIcon gyul 2009.09.17 22:4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어머나...이런...
      너무 충격적인 경험을 하셨네요.
      저희집은 일부러 유기견을 키우기보다는..
      그냥 길에서 길 잃어버린녀석들하고 눈마주치면 모른척 지나갈수가 없더라구요.
      애견가게에 예쁜녀석들은 내가 아니라도 누구든지 예뻐해주겠지만
      이쁨받는것보다 위험없이 하룻밤 잠잘 집이 필요한녀석들에게는 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ㅎㅎ

  3. 서태지팬 2009.11.28 21: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글 잘 읽고 가요~개 이름이 태지라고 하길래 혹시 이분도 팬인가?해서 들왔는데요..
    맹태지...아하..넘 웃기네요.from 17년 서태지씨 팬

    • BlogIcon gyul 2009.11.29 00:0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 저도 어렸을때좋아했었어요. ㅎㅎ
      저보다 저희 이모가 너무 좋아하셨는지 이름이...ㅎㅎㅎㅎㅎ
      원래는 서태지에서 따온 태지였는데 이모 성이 맹씨다보니까...맹태지가 되어버렸네요. ㅎㅎㅎ

  4. 봄이맘 2011.01.11 22: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감동^^

  5. BlogIcon 김진숙 2014.08.23 23: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좋은 주인분 만나서 태지와 삼숙이는 행복했을거라고 생각해요ㅎㅎ
    늦었지만 저도 강아지를 장례치뤄 보내준지 얼마 안되서 이렇게 댓글달게 되었습니다
    처음과 끝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저희 둥이의 마지막 끝맺음은 참 예뻐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검색하면서 찾아보다가 일산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가게 되었는데
    첨엔 가격이 다른 곳보다 저렴해서 갔던거지만 직접 그쪽으로 가보니 분위기도 정말 좋고 직원분들이 다들 믿음직스러운 모습에 생각지 않았던 관에 수의 그리고 해피리얼스톤도 제작했어요ㅎㅎ
    예상외의 지출이지만 좋은 곳에서 보내주었다는 생각에 하나두 아깝지가 않더라구요
    너무 주저리주저리 거렸지요?
    떠나서 슬프기보단 좋은곳으로 여행을 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어요ㅎㅎ

    • BlogIcon gyul 2014.08.25 02:3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좋은기억만 남기고 싶긴한데...
      저는 잘 해주지 못했던 기억이 더 많아서 늘 미안합니다...
      그래도 좋은곳에서 더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진숙님의 강아지도 아마 그곳에선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