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복쓩님과 나를 잘 챙겨주는 친하게 지내는 옵빠는,
나에게 처음 자동차가 생겼을때 위험하지 않게 운전해야 한다며
첫차가 생긴 기념으로 나름 꽤 비싼 고가의 장비를 선물해주었고
그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다행히도 나는 특별히 큰 사고 없이 운전을 해오고 있다.
물론 여기저기 슬쩍슬쩍 긁힌곳은 점점 늘어나고
주차해둔 자동차를 나몰래 누군가가 쿡쿡 박고가는 상황과
가만히 서있는 나를 뒤에서 꿍!!!들이받은 사고는은 한두번씩 일어났지만...ㅎㅎㅎ




그러던 어는날, 새 자동차로 바꾸면서 가지고 있던 구급함, 응급처치키트를 나에게 건넸다.
사용하지 않을 순간이 온다면 더 좋겠지만
혹시 모를 위험한일이 생겼을때 꼭 필요할수 있다며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두라는 말과 함께...
모든 자동차의 옵션리스트를 확인해본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국내 자동차에는 구급함이 따로 준비되어있지 않고 옵션리스트에서도 볼수 없기 때문에
'음...비싼자동차는 역시 다르군...' 하며 자동차에 넣어 몇년째 가지고 다니고 있고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이 구급함을 사용할일이 없었다가
어제 어이없는 뉴스를 보며...갑자기 이 구급함이 궁금해져서 열어보게 되었다.




알차게 포장되어있는 여러가지의 의료용품들...




2종류의 패키지로 구성이 되어있고 리스트에는 구비된 품목과 수량이 상세히 써있다.




음...전에 이 구급키트를 받았을때는 그냥 대충 리스트만 살펴보았는데
생각해보니 여기에 정확히 무엇이 들어있는지, 언제 어떤식으로 사용해야하는지 미리 알아두고 있어야
정말 긴급한 상황이 왔을때 현명하게 대처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나씩 꼼꼼히 살펴보니
참으로 친절하게도, 꽤 여러장으로 된 메뉴얼에는 응급처치방법부터 구급함의 의료용품 사용법까지 사진과 함께 설명되어있었다.
여러해동안 더운날씨, 추운날씨를 왔다리갔다리하다보니 붕대용 가위는 생각보다 잘 들지 않는듯했지만...
사용하기 불편한정도는 아니었고 대부분의 의료용품은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것이 아니라
앰뷸런스가 도착할때까지 감염을 막고 지혈을 하거나 부상부위를 움직이지 않게 할수 있는정도의 도구로 구성되어있다.




이것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는 구급함이 아닌 자동차사고에 적합한 것들로 구성되어있고
안의 내용보다도 메뉴얼에 적혀있는 내용을 한번쯤 읽어보는것이
언젠가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좋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구급함을 처음 손에 받아들었을때의 내 느낌은...
'자동차는 정말 위험할수 있는것이구나...' 였다.
한번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안전하고 즐거운 운전생활을 즐길수 있지만
잠깐의 찰나에, 정말 한순간에 엄청난 사고를 당할수 있기때문에
이 구급함을 보며 더욱 조심스럽게, 나뿐 아니라 나와 동승한 사람, 또 다른 자동차의 상대방의 안전까지도 신경을 쓰며
이것을 절대 사용하지 않게끔 안전하게 운전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어쩌면 이것은 위급한 상황에 써야하는 물건이라는 생각보다
'조심해서 운전하세요.' 라고 계속적으로 나에게 말해주는 기능의 물건으로 보이기도 했다.

어떤사람들은 '비싼 고급 외제차이기 때문에 이런것도 주는거야.'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운전을 하며 생길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을 모두 고려하고 있기때문에 이런 것들이 준비되어있는건 아닐까?
우리나라의 자동차의 경우 성능사양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에 더 큰 신경을 쓰고있으며
가격은 점점 올라가지만 정작 내수용 자동차는 수출되는 자동차에 비해 그 모든 면에서 떨어지고 있다는 사람들의 인식은
그저 기분탓만은 아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저 단편적인 상황이고, 이것이 모든것을 대변할수는 없는것이지만
항상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에 빗대어 보면 뭐든지 최 우선 과제는 안전으로 삼는것같지는 않다.

언젠가 복쓩님이 민방위 훈련을 다녀와서는
'오늘 인공호흡법, 응급처치방법 배웠어.' 하길래...
'그럼 나 사고나면 구해줄수 있어?' 라고 했더니...
'응...그대로 하면 구해줄수 있을걸?' 이라고 했지만...
'근데...나는 누가 구해줘?' 라고 했다.
물론 복쓩님이 배워온대로 나에게도 가르쳐주면 되지만
이런부분은 민방위훈련에서 남자들만을 상대로 가르칠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때부터 철저히 가르쳐준다면 더 좋지 않을까?
민방위훈련에서 어쩌다 한번 배워도 그게 얼마나 잘 기억날수 있을까?
시험을 보자는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배우고 연습해보는 과정을 평상시부터 자주 익혀두었다가
언제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할수 있도록 하는것은 무엇보다도 꼭 필요한 교육이 아닌가 싶다.

아울러. 모든 자동차에도 이런 기본적인 구급함은 당연히 필수 준비되어야 하지만 이런 얘기를 했다가...
정말로 구급함이 기본옵션으로 들어가면서 차값을 올리는데 더더욱 일조하는건 아닐까 덜컥 겁도나는구나...
안전불감증이 기본 옵션이고, 뭐든지 문제가 생겼을때에는 '그런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라는 답변으로 대신되는
지금의 상황이 계속되는한...
이 구급함을 따로 내 차에 가지고 다니기보다...
그냥 이게 원래 있는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더 뽈뽈 솟아오른다.
(이런 차량용 구급함은 따로 구입하더라도 그닥 비싸지는 않아 필요하다면 구입할수 있겠지만
이런 구성품을 아예 넣어두는것자체가 어떤사고가 있을지, 그런것에 어떻게 대비해야할지,
어떻게 만들면 그런 사고를 미리 예방할수 있을지를 더 많이 생각하며 자동차를 만들었을테니...
사고가 나도...안죽지 않을까?
자동차의 결함으로 이미 대박사고가 났던 엄마의 경우를 본 후로는...사실 자동차를 많이 믿지 못하다보니...)

안그래도 요즘 눈길, 빙판길에 몇번 차가 미끄덩미끄덩하는 경험을 해서인지 겁도 좀 났고
몇번 나를 태워주신 119아저씨들이나 TV에 나온 구조대원아저씨들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할만큼 빈곤한 구조장비와 생활을 하시니...
적어도 내 안전, 내가 챙길수 있는만큼은 알아서 챙기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아무쪼록, 앞으로는 이거 한번도 꺼낼일이 없기를 바래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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