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어렸을때의 나를 말하자면 그야말로 "편식의 표본"이라 할수 있다.
자녀의 편식은 부모의 식생활이나 식습관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을 들은적은 있는데
그 누구보다도 올바른 식생활과 식습관을 가진 엄마에게
나의 편식은 그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고민거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고등학교 시절, 나의 점심 도시락에 들어있던 엄마가 쓴 쪽지의 대부분은
반찬을 남기지 말고 골고루 먹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을 정도로 나의 편식은 꽤 오랜시간 지속되었고
아직도 나는 먹기싫은것에 대한 목록을 마음에 새기고 있는데 얼마전까지 그 목록에 들어있던것이 바로 "부추"다.
어렸을때부터 엄마는 부추전을 자주 만들어주셨는데
나는 그저 잔디와 다를바 없는 초록풀따위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으며
결혼전은 물론이고 결혼후에도 부추를 사지도 먹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처럼 반찬을 가지러 집에 들렀을때 엄마가 부추전을 만들고 계셨는데
집에서 직접 기른 부추로 만든거라며 "한번 먹어볼래?"하는 엄마의 얼굴을 보며 차마 거절할수 없어
부추가 제일 적게 분포되어있는부분을 살며시 떼어 먹었는데 꽤 향긋하고 맛이 좋았다.
여전히 초록풀을 씹는다는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흙과 하늘이 내려주는 비, 그리고 엄마의 사랑만으로
예쁘게 자란 부추는 적어도 잡초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그 이후로 나는 부추의 매력을 차차 알아가고 있다.




Serves 2

스파게티 160g, 바지락 600g,
마늘(다진것) 1T, 페퍼론치노(or 말린붉은고추) 3개, 화이트와인(Dry, 요리용) 1C, 부추(다진것) 2T, 오일 1T,
스파게티 삶기 (물 적당량, 소금 1t)


1. 냄비에 물과 소금을 넣고 물이 끓으면 스파게티를 넣어 삶는다.

2. 바지락은 해감한 후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는다.

3.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중불에서 다진마늘을 볶다가 노릇노릇해지면 페퍼론치노를 손으로 잘게 부숴 넣는다.
(페퍼론치노가 없을때는 붉은고추를 다져 넣는데 매콤한 맛은 기호에 따라 가감한다.)

4. 센불로 올려 바지락을 다진 부추의 절반을 넣고 화이트와인을 부어 알콜성분이 날아가면
뚜껑을 덮고 바지락이 입을 벌릴때까지 익힌다.

5. 바지락이 모두 입을 벌려 익으면 불을 약하게 줄여 바지락은 따로 건져두고 남은 국물에 후춧가루를 넣는다.

6. 삶은 스파게티를 바지락국물에 넣고 국물이 잘 배어들도록 섞는다.

7. 건져둔 바지락을 다시 넣어 잘 섞어준 후 접시에 담고 남아있는 다진부추 1T를 뿌린다.



(조금 더 새콤하게 먹고싶을때는 토마토 과육을 썰어 조금 섞어준다. 조개류만 먹기 심심할때 약간 변형하는것도 좋다.)


g y u l 's note

1. 싱싱한 조개만 있다면 만들수 있다.
봉골레가 바지락이라는 뜻이지만 반드시 바지락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종류의 조개를 넉넉히 넣어주는것이 맛의 지름길이다.

2. 해감은 확실하게 하자.
어느 방송에서 본건데 조개류를 해감할때 가위나 수저같은 스틸제품을 같이 넣어두면 조개의 신경이 반응해서 더 빨리 해감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시장에서 조개파는 가게앞을 지날때면 물속에 조개와 같이 수저를 꽃아두는것을 볼수 있는데 그게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 그랬나보다. 집에서 해감을 하는경우는 유리볼에 굵은소금을 넣고 조개를 넣어두는데 이렇게 할 경우 조개를 건져낼때 요녀석들이 깜짝놀라 뱉어낸 이물질을 다시 먹어버리는 사태가 종종 발생하므로 조개를 체에 넣고 유리볼에  걸쳐넣어두면 해감 후 건져낼때 조개와 이물질이 다시 섞이지 않아편리하다.

3. 요리를 식탁에 올리기 전에 반드시 국물맛을 본다.
싱거울경우 소금을 약간 넣어 간을 맞추면 되는데 조개가 충분히 들어가 있다면 어느정도의 간은 맞기 때문에 나의 경우 아직까지 한번도 소금을 더 넣은적이 없다. 뭐 사실 음식은 짠것보다는 차라리 싱거운게 몸에 더 나은거니까…^^


바다야 미안해...

서해 기름유출사고는 우리에게 너무 큰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
서해 전체를 넘어 이제 우리나라의 작은 하나하나에까지 그 피해가 나타나고있다고 볼수 있지만
언제부턴가 그것이 태안에서의 문제로 축소되고있는느낌은 여전히 화가나는게 사실이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빠른속도의 회복을 보였다고 하지만 그것은 단지 겉모습에 불과할뿐이다.
우리가 볼수 없는 속모습이 얼마나 썩어들어가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그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분들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입에 담기도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분들에게서 빼앗아간 바다는 다시 그모습 그대로 돌려드릴수 없을지도 모른다.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하루이틀, 단지 몇년안에 되는것이 아니라는것은 누구나 잘 알것이다.
자기몸 상하는것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바다로 달려나가는 자원봉사자들도 물론 중요하고 고마운 존재이겠지만
그보다는 우리눈에 보이지 않는 더 많은 피해, 그리고 정신적인 충격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오래오래 관심을 가지는것이 우선일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키지 못한 자연에 진심으로 고개를 숙여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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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Tping 2009.03.28 15: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다야 미안해, 나두... 너무 맛나 보이는 봉골레 스파게티(저의 favorite~)를 보며 한없이 행복해하며 글을 읽던 중이었는데.. 내게 이런 행복을 줄 수 있는 바다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지 않을 수 없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

    • BlogIcon gyul 2009.03.28 22:2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끝까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V에서는 서해가 모두 복구되었다고 나오고 있지만 자연과 생태계를 연구하는 학자분들의 연구나 주민들의 얘기를 들으면 그것은 그저 눈에 보이는것애 대한 얘기일뿐이라고 하니...해산물을 구입할때마다 불안한것이 사실이긴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관심 가져주세요.

  2. BlogIcon 돌다중이 2009.03.28 17:3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하 맛있게 보이네요.^^ 해감 포인트까지 잘 읽고 갑니다.!!.^^
    항상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만 해서 먹었는데.. 이런것도 해먹어 봐야겠습니다.^^

    • BlogIcon gyul 2009.03.28 22:2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해감은 참 중요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깔끔하게 해내는것은 참 어렵더군요. 그러니 해감을 열심히 했더라도 먹기 전에 가족들에게 혹시 모를 이물질이 있을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씀도 꼭 전하셔야해요^^

  3. 클레어 2009.03.29 09:0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포스트하실때마다 느끼지만 귤님 음식은 맛도 좋아보이지만 모양이 깔끔하고 참 보기 좋아요 +_+bb
    얼마전에 귤님 블로그 알게된다음부터 새벽시간되면 포스팅하실게 은근히 기대하게되더군요 ㅎㅎ

    • BlogIcon gyul 2009.03.29 12:4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기다려주시는 분이 계시다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음식을 만들때는 시간이 참 중요하다보니 사진찍을때는 많은신경을 쓰지 못하는데 좋게봐주셔서 감사해요. 자주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