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각나는 된장국

from 집 밥 2009. 4. 1. 05:28

어렸을때부터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을 하다보니 잊을만 하면 한번씩 겪는 위경련 덕분에 적어도 분기별로 응급실에 드나들었다.
게다가 대학교에 들어가고 바깥생활을 많이 하면서부터 하루 세끼 거의 밖에서 먹다보니 속이 좋을리 없었고
그럴때마다 정말 큰일난다며 걱정하던 엄마의 잔소리를 꽤나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아침일찍 집에서 나와 쵸코우유에 빨때 꽂아 먹으면서 레슨을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온몸에 식은땀이 나더니 하늘이 뱅글뱅글...
나는 그대로 지하철 계단에서 쓰러졌고 결국 다시 삐요삐요 응급실에 실려가게 되었고
병원에서 엄마는 너무 아파하는 나때문에 눈물이 글썽글썽...
그때 속이 꼬일대로 꼬여버린 나에게 의사선생님은 딱 한마디 하셨다.
'앞으로 한달동안 다른것 먹지 말고 된장국에 밥만 먹어...'
'.................'
엄마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며 정말로 한달 내내 된장국만 끓여주셨는데
그 이후로 위경련이 오고 아플때마다 엄마의 된장국을 먹으면 약을 먹을때보다 효과를 보는것같았다.

결혼하고 제일 힘들때는 바로 아플때...
복쓩님이 보살펴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약을 위해 먹는 밥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
요즘은 요리 잘하는 남편들도 많다고 하지만 우리 복쓩님은 내가 너무 과잉보호(?)한탓이지 할줄 아는 요리가 없어서......
(아니다! 라면은 진짜 잘 끓이는데...그렇다고 아플때 라면을 먹을수도 없고.............)

어쨌거나 아플때 겨우 기운내서 된장국을 끓이면 엄마생각이 많이 난다.
투닥투닥 꽤 심하게 자주 싸우기도 하고 어느날은 서로 죽이 맞아 잘 놀기도 하는...
언제나 제일 맛있는것, 제일 몸에 좋은것이 집밥이라는 엄마의 말은 틀린것이 아니었는지
결혼하고 밖에서 먹는 식사를 거의 줄이고 왠만하면 집에서 만들어 먹었는데
그러다보니 응급실에 실려가는 횟수는 현저히 줄어 이제 일년에 한번쯤 갈까 말까 하고 있다.
물론 그럴때마다 엄마가 만들어준 된장으로 끓이는 된장국덕분에 나는 금방금방 튼튼해지고
마치 엄마와 함께 밥을 먹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특별히 넣는것은 별로 없고 단지 엄마가 직접 만든 된장위주로 끓이는 된장국.
내가 맹신(?)하는 만병통치약중 하나가 바로 이 엄마생각나는 된장국이다.




Serves 2

육수 1L, 집된장 1T(수북하게),
시금치 1/2단, 양송이버섯(좋아하는 다른버섯 가능) 6개,
다진파 1t, 청양고추(다진것) 약간,


1. 시금치는 잘게 다지고 양송이버섯은 꼭지를 떼어내고 껍질을 벗겨 6등분한다.

2. 된장을 작은 채망에 담아 육수에 넣고 건더기 없이 풀어 끓인다.

3. 끓는 육수에 시금치, 양송이버섯, 파 다진것과 청양고추 다진것을 넣어 후루룩 끓인다.


g y u l 's note

1. 무한변신 된장국
어제 내가 끓여먹은 된장국에는 시금치와 버섯만 넣었는데 그 이유는 지금 우리집 냉장고에 있는 재료가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기본 육수와 된장에 시금치, 버섯 이외에도 고기, 배춧잎, 두부, 조개, 냉이, 달래, 호박 등등...
좋아하는것을 골라 넣어도 되기때문에 그야말로 무한변신이라 할수 있겠다.
맛있는 집된장이라면 무엇을 넣어도 기본적으로 맛이 좋기때문이다.

2. 재료의 크기를 비슷하게 한다.
된장국안의 재료가 큼직큼직한것이 좋다면 그냥 대충 숭덩숭덩 썰어 넣어도 된다. 하지만 아플때는 사실 그마저도 씹을 기운이 없어서 나는 주로 먹기 좋은 크기로 미리 다져 넣는다.
물론 나의 경우는 이 된장국에서만 그런것은 아니다.
보통 재료가 수저보다 커지면 입안에 들어갈때 약간 삐져나와 먹는 모습이 예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에
가능하면 재료가 수저안에 예쁘게 담아져서 한입에 깔끔하게 먹을수 있도록 하는것이 나의 규칙이다.

3. 반드시 집된장 사용.
집된장을 사용하지 않으면 특유의 구수한 맛이 나지 않는다. 시판 된장들도 맛있게 나오긴 하겠지만
만병통치 기능은 오로지 직접만든 집된장이어야 한다.
(문득 우리엄마도 나이가 들어 언젠가 나에게 더이상 된장을 만들어 줄수 없을때가 올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니 너무 슬픈걸?
안그래도 조만간 된장이나 고추장 만드는 방법을 배워두려고 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생존이 달린문제!)


착한 거짓말.

된장국은 색색깔의 예쁜 다른 음식에 비해 비쥬얼이 떨어지는것이 사실이지만
이 세상 모든것이 예쁘다고 다는 아닌것같다. (물론 얼굴은 더 예뻐지고 싶은게 사실.............-.-a......)
내가 점점 예뻐지고 때깔이 좋아질수록 엄마는 점점 안그런듯....
엄마집에서 예쁜 그릇만 보고 '이거 나 가질래!' 하면 언제나 남는 안예쁜 그릇만 엄마차지가 되는게 현실...
물론 그릇뿐 아니라 엄마꺼중 좋은건 다 내꺼가............ㅎ
그러면서 괜히 엄마집에 가면 '이제 이런것 버리고 새거 써...' 해봐야 늘 괜찮다고만 하고
내것만 예쁘면 당신것은 그닥 예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것같지만 그건 분명 거짓말일것이다.
예쁘지 않아도 좋아...
나는 다 괜찮아...
엄마의 이 거짓말은 세상에 제일 착한 거짓말이 아닐까?
엄마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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