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오후, 참 오랜만에 선생님을 뵙고나니 왠지 조금 무거운 어깨의 짐을 내려놓은기분...
하지만 역시 제대로 못먹어서 그런지 오후가 되니 금새 허기져서...
전날 명동 진(眞) 돈부리의 기분을 이어갈겸, 서울대입구역 <지구당(地球堂)>에 규동먹으러 갔다.




위치는 미리 알아두긴했지만 '이골목이 맞을까?' 하며 까리하던중...
몇명 서있는 사람들이 혹시 줄서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들어간 골목에서 <지구당(地球堂)>발견!!!




마침 준비시간이 끝나고 오후영업을 시작했는지 '영업중'이란 푯말과 오늘의 메뉴 '규동'이 붙어있고
우리앞쪽엔 4~6명정도의 사람이 줄을 서있길래 우리도 얼른 그 뒤를 이었다.
한참 기다리고 있을때 조용히 문이 열리고 무언의 압박포스를 가진 언니님(그분의 포스에 '님'을 안붙일수 없어서...^^)이
이렇게 저렇게 줄을 서달라고 볼륨 1정도로 말씀하시고...
나는 그게 건물 벽쪽으로 붙어서 서달라는 말인줄 알았더니 나중에 나에게 와서
'2줄로 서주세요...' 라고 또 볼륨 1정도의 크기로 지적해주시고...ㅎㅎㅎㅎ
그렇게 기다리다가 우리의 차례가 왔다.




가게안에 들어가니까 문쪽에 2명, 1명의 손님이 있고 꺾어진 안쪽에 우리 앞에 서있던 여자분 2명이 주문을 하고 있었고...
채 10명이 앉을만한 장소라 그 여자분들 옆자리를 채워 앉았더니...
아까 또 그 압박포스언니님이 오셔서는 '한칸 비우고 앉아주세요...' 하신다.
일부러 떼고 앉지 않아도 될것같아 '그냥 앉아도 될것같은데요?' 했더니
언니는 마치 반복재생버튼을 누른것처럼 '한칸 비우고 앉아주세요...' 하신다.




지구당은 조용히 식사하는 사람들을 위한곳이기때문에 혼자오거나 2명까지의 손님만 받고 그 이상의 인원은 사양한다더니...
아마도 옆사람이 식사하는데 우리가 방해될까봐 한자리씩 떼고 앉게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암튼 우리역시 양옆을 한자리씩 비우고 앉았고 덕분에 가게는 두세자리쯤 비어있었지만
우리가 식사하는동안 따로 손님을 더 들이지는 않았다.
물론 우리의 식사가 끝나갈쯤에 혼자온 손님한분을 들이긴했지만...
이것이 지구당의 특징이라는.....




월,화,목,토요일은 규동, 나머지요일에는 오야꼬동이 메뉴로 준비되고
반숙계란을 추가주문할수 있으며 생맥주나 병맥주는 1인당 1잔 or 1병으로 제한하여 판매한다고...




반숙계란은 풀무원 목초달걀을 쓴다고 되어있는데 나는 반숙달걀에 자신이 없어 그냥 규동만 먹기로 했고
복슝님은 얼른 반숙달걀을 추가주문했다.




반숙달걀을 올린뒤 드세요...하는 설명은 사진과 글로 되어있고...
그 앞에...
조용히 식사해달라는 글이 적혀있다.
그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게안의 사람들은 최대한 조용히 대화를 나누거나 그저 식사하는데만 집중하고...
보통의 일식 음식점처럼 점원이 큰 소리로 인사를 하거나 주문내용을 전달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수 없다.




주문하자마자 바로 까준 반숙달걀...
달걀을 미리 반숙해둔것인지 보는데서 슉슉 까니까 바로 반숙달걀이 쑝~ 나온다.




복슝님에게 나온 규동...
남자분들에게는 우선 이정도의 양을 주시고...




나에게 나온 규동...
여자분들의 그릇은 대부분 요정도의 양이 들어있다.
물론 모자라서 더 달라고 하면 반그릇정도의 양을 더 주신다던데...




복슝님은 얼른 반숙달걀을 넣고 달걀로 섞기...
이미 뱃가죽과 등가죽이 들러붙기 일보직전인 그분의 상황이 느껴지는 젓가락질...^^




곁들여 먹는 간단한 장국과 먹을만큼 덜어접시에 담으면 되는 초생강, 김치...
우리는 오늘도 초생강만 약간 꺼내고...


신념, 信念, belief

이곳은 무엇보다도 집밥을 먹는것같은 편안함,
음식에서는 조미료나 어떤 첨가제의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 집에서 만든 안전한 식사임이 확 느껴진다.
고기끓인 육수의 냄새가 가게안에 들어설때부터 확 느껴지는것을 보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재료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데 집중하는듯하다.
말도안되는건 한그릇이 3500원이라는 말도안되게 착한가격...
손님이 바글바글거리며 박리다매한다면 그래도 말이 되지만...
뭐든지 이윤이 제일 많이 남는다는 술을 파는거라면 말이 되지만...
술은 겨우 1잔이나 1병만 마시면 더이상은 안되고 일부러 조용한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울정도라면...
무엇보다 이집에서 가장 감동받은 부분은 바로바로 '신념'

어떤이유와 어떤 목적으로 이런 방식을 고수하며 영업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식사를 마치고 회전율과 이윤을 따져 계산해보면 아무래도 이건 전혀 남는장사는 커녕 모지라는장사일텐데...
철저하게 규칙을 지키고 위생과 음식의 맛을 고수하는등
타협하지 않고 주인이 생각하는 신념을 따라 영업을 해나가는 모습이 왠지모르게 내 머리를 띵~ 치는것같았다.
정한 규칙 이외의 융통성은 그리 발휘하는것같지 않아
어쩌면 좀 답답하다거나 중압감이 느껴질수도 있을거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얼마전 상수역근처 일본라멘집을 생각해보면 나는 여기의 식사가 훨씬 편하게 느껴졌다.
음식맛은 기본이며 무엇보다도 다른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것이 우선시되는,
가게주인의 입장보다는 손님 한사람한사람의 입장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것같은...
며칠후, 요일을 맞추어 오야꼬동을 다시 먹으러 가야겠다.


서울대입구역 2번출구, 관악구청건너편골목 지구당(地球堂)







한짐 내려놓은것같아...

참으로 오랜만에...스승의날 선생님들을 찾아뵙게 되었다.
물론 늘 게으른탓에 사은회에 참석하지 않은것도 있지만...
올해는 무엇보다도 부지런히 졸업생선배들의 참여를 위해 노력한 후배님덕분에...ㅎㅎㅎㅎㅎ
날씨좋은 토요일 점심, 맛난 한정식집에 갔지만...아...선생님들앞에서 이것저것 날렵한 젓가락질을 하기 좀 그래가지고...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들어가는지...ㅠ.ㅠ

.....선생님 선생님  후배  선배님 선배님.....
.....  O         O        O       O      O     .....
.....  O         O        O       O      O     .....
.....선생님 선생님 빈자리    나   선배님.....

내자리는 옆옆 선생님, 내 옆옆앞 선생님...
(차마 선생님 옆자리에 앉기 부끄러워 한칸 비우고 앉아서...옆옆은 거의 옆이나 마찬가지...ㅠ.ㅠ)
내 옆옆앞 선생님...ㅠ.ㅠ
내자리 옆 선배님, 내자리 앞 선배님...
그래도 음식은 괜찮은편이었지만...뭐...먹은 기억이 안난다.

그래도 나름 작곡과졸업생들이라며 사회를 보던 후배님이
다같이 선생님들께 '스승의 은혜'를 불러드릴텐데
'저...어느조로 불러드릴까요?' 라는 농담에...선생님들은 웃으셨지만
졸업식날도 선생님께 졸업장을 받으며 눈물이 나려는것을 참았던것처럼
이날도 열심히 부르면 챔피챔피하게 눈물날까봐 나는 조용히 립싱크 했던...^^

식사를 마치고 몇몇 선후배들과 모여 간단히 커피한잔 마시고 집에 오는길에 날씨가 참 좋아 사진을 한장찍어두었다.
그러고보니 난 이날 캄웰아도 안가져갔었던...(점심약속은 늘 허둥지둥...)
유난히 기분좋았던 서초동하늘...^^
그간 찾아뵙지 못해 죄송했던 마음의 짐을 조금은 내려놓은것같은 맑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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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베가스 그녀 2010.05.19 06:3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찾아뵐 은사님이 가까이에 계시는 것도 복이죠. ^^
    전 스승의날인지도 모르고 넘어갔네요.

    소박한 식당이 정겹게 느껴져요. ^^

    • BlogIcon gyul 2010.05.20 02:0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가깝게 계셔도 어느새 졸업한지 몇년이 훌쩍 지났건만 이제서야 찾아뵈었는걸요...ㅎㅎ
      그나저나 지구당은 그냥 정겹기에는 그들의 강한 신념이 팍팍 느껴지는곳이었어요.

  2. BlogIcon rinda 2010.05.19 22:1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1인당 한 병이란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심야식당이 생각나네요~
    음, 언니들이 쬐끔 무서운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저도 한 번 가보고 싶어져요.
    정갈하고 맛있을 것 같아요 ^^

    • BlogIcon gyul 2010.05.20 02:0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저는 원래 혼자 밥먹는것을 참 못하지만...
      여기는 혼자먹기에도 그리 문제 없을것같아요...
      약간 단호한 그 분위기가 있긴하지만 음식에 집중하며 식사하기에는 참 좋고 맛또한 정말 좋았어요...^^

  3. BlogIcon meru 2010.05.20 02:4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규동 참 좋아하는데~~
    짭조롬하니 맛있어 보이네요.
    정말로 배가 고프고, 맛있는 걸 먹을 목적으로만 식당을 찾는다면 이런집도 좋지요~
    저도 가끔 혼자 식사할일이 가끔 있는데 이런집이면 망설임없이 들어갈 수 있겠네요^^

    • BlogIcon gyul 2010.05.20 02:4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보통 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줄이 금새 길어져서 오래 기다려야한다던데...
      저희는 그래도 일찍가서 오래 기다리지 않았어요.ㅎㅎ
      입구에 써있는 '당신도 언젠가는 솔로가 될수 있습니다.' 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아요...^^

  4. BlogIcon 클라라 2010.05.20 09:0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 이 골목에 이런데도 있나요?
    관악구청 근처 골목에 은근 숨어있는 맛난 집들이 많은데,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다음주 규장각 다녀오는 길에 한번 들려야겠어요.
    역시나 시간을 잘 맞추는 게 관건이겠지만요...^^

    • BlogIcon gyul 2010.05.21 00:4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여기는 꼭 한번 드셔보세요.
      재료에 충실한맛이라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라고 느껴지지않는 아주 기분좋은 한그릇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확고한 의지가 느껴져서...
      왠지 제 마음가짐을 조금 더 단정하게 할수 있게했던것같아요...
      평일 준비시간 직후에는 그래도 줄이 썩 긴편은 아니라고 하니 기억해두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