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넨으로 만든 조각커튼

from 손 手 2009. 3. 11. 23:07

어렸을때 읽은 동화책이 있다.
제목도 내용도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책에 나왔던 작은 2층집은 구조를 그릴수 있을만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형제가 사는 2층집인데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작은 방문을 열면
마치 요술세계에 온것처럼 신기한일들이 벌어졌고 가끔은 그 문이 사라져버릴때도 있었는데
그 책을 본 이후로 내방에도 내가 모르는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고있을거란 생각을 한적이 많았다.
점점 시간이 흘러 나는 조금씩 커갔고 나만의 비밀을 간직할 나이가 되면서부터는 내 방문을 잘 열어놓지 않았다.
나만의 비밀과 나도 모르는 신기한 일들을 간직해야한다는 생각에 그 문을 닫기 시작한 후
나는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그 덕분에 가족들과의 많은 대화의 시간을 빼앗겨버렸다는 사실은 훨씬 더 이후에 알게 되었다.

꼭 그런이유때문은 아니지만 나는 방문을 잘 닫지 않는다.
어렸을때 꽁꽁 닫아두었던 방문은 어쩌면 방어적인 내 마음과도 비슷할수 있는데
그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모든것이 조금씩 편하게 느껴진다.

집에서도 방문을 거의 열어놓고 지내는데 너무 활짝 열어놓기 좀 그래서
이것저것 만들고 남은 은은한 컬러의 린넨조각을 하나하나 붙여 조각커튼을 만들어 걸어주었다.




조각배치도를 그리고 그에 맞는 조각을 하나하나 자르는데만해도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모든 조각을 자르고 바닥에 펼쳐 확인을 한 후 노래하는 싱싱이(나의 재봉틀)로 드르륵 박아 연결하는데 하루가 꼬박 걸렸지만
사진보다 훨씬 예쁘게 나와주어 다행이다.




처음 완성한것은 제일 작큰 크기로 해서 잠자는 방문위에 걸었다.
왼쪽의 사진은 잠자는방의 불을 끄고 거실불이 조각커튼으로 들어오는것을 찍은것인데 마치 한쪽 벽면에 커다란 조명장치처럼
보여 방안의 스탠드를 따로 켜지 않는다.
오른쪽의 사진은 거실에서 불을 켜고 본것인데 무늬가 없는 아이보리색 린넨을 넉넉하게 사용하여 너무 튀지 않게 해주었다.


이후에 비슷한것을 두개쯤 더 만들어 벽장식으로 걸어주었는데 크기를 비슷하게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나중에는 거실커튼으로 한꺼번에 모아 걸려고 한다.

이것을 만들기 위해 몇개의 원단은 새로 구입했지만 다음번엔 입지 않는 옷들을 모아 조금더 특이한 모양으로 만들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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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방긋웃으며산다는건 2009.09.25 18: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머 상당히 깔끔하네요 귤님!!! 저도 여기서는 모르는 사람들하고 한 집을 share하니까 문을 꼭꼭 닫아두고 살지만 한국 집에선 문 닫아두는 건 넘 답답하고 그래서 항상 촌스런 중국 발같은거 걸어놓고 있었는데.. 역시, 전 귤님 발끝도 못따라 갈 것 같아요... 살림의 여왕이세요~~

    • BlogIcon gyul 2009.09.25 19:3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예전에는 저희집에서도 나무로 된 발을 현관에 걸어두었는데
      요즘은 그런집을 통 못봤어요.
      예전처럼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좀 못느낄만큼...
      그래도 여름엔 이렇게 발이나 커튼을 쳐놓고 문을 열어두어야 시원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