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내가 좋아하던 소라빵은 바깥쪽부터 안쪽까지 초코크림이 꽉 차게 들어있는
그야말로 '찰진' 소라빵이었다.
아이스크림콘처럼 손에 들고 아무리 입으로 잘라먹어도 넉넉한 초코크림덕분에
이거 하나면 기분이 칠렐레팔렐레 해졌었는데...
요즘은 보이는데만 초코크림이 적당히 들어있고 안쪽은 거의 맨빵을 먹게되는바람에
일부러 구입하게 되는 경우가 없었다.
물론 한동안은 빵집에 소라빵이 없는곳도 많았기때문에 잊고 지냈었는데
언젠가 파리바게뜨에 가보니 소라빵을 팔길래 덥썩!!!
음...
하지만 크림은 모지라고 빵은 그렇다 쳐도 크림은 초코맛이 진한 달다구리가 아니라
인공감미료맛이 초코맛보다 더 한번에 와닿아
그나마도 한번 사먹은 후로는 다시 사먹지 않게 되고...




<상해식품점>의 왕만두를 하나씩 먹고나니...
'아~ 맛나다... 맛나다...' 하지만 역시 살짝 모지람이 감돌아...
그래도 참아야 한다. 아쉬운 마음에 하나를 더 먹고나면 분명 그 만족감, 느낌이 너무 과해질게 뻔하니까...
그래!!! 다른걸 먹쟈!!!
망설임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여기저기 뚜리번뚜리번 거리다가 눈에 확 들어온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바로 내가 좋아하는 소라빵!!!
'이건 맛있을까?' 하고 복슝님을 쳐다본 순간
그분은 이미 팥앙금빵에 포옥~ 빠지신듯...ㅎㅎㅎㅎ
그래...오늘 살짝 아쉬운 기분은 여기서 해결해보쟈...^^




치짜이시 앙팡 (CHIJJAI-SI ANGPANG, チッチャ-イシあんーパン)의 빵은
우리가 어렸을때 좋아하던 빵들... 베이커리라는 말보다 역시 빵집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수더분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 가득 들어있었기때문에
아마도 나는 한번더 소라빵에 기대를 걸어보겠노라 했을지도 모른다.
복슝님은 복슝님답게 역시 팥앙금빵...




팥앙금은 생각보다 달지 않아 '팥은 달아야 한다!!!' 라며 단팥 예찬을 펼치는 복슝님의 기준에는 조금 못미치겠지만
그래도 팥 본연의 맛은 잘 살리려고 노력한듯...
하지만 샘플에 내놓은것보다는 팥의 양이 좀 적었다...




고민끝에 결정한 나의 소라빵은...
바닐라커스터드와 초코커스터드중 선택할수 있고 반반도 가능하다. ㅎㅎ
가격은 팥앙금빵보다 1000원이나 비싸지만 크기가 한 두배정도 되니까 그러려니...^^




커스터드를 기다리는 나의 소라빵...




바닐라커스터드는 아주머니께서 넣어주시고...




초코커스터드는 아저씨보다는 어린 청년께서 넣어주시고...




사진에 보이는것이 초코커스터드...
어렸을때 먹던것보다 색은 좀 연한데...맛은 어떤지 좀 봐야지...




커스터드가 냉장실에 들어있어서 그런지 차가운데 꽤 부들부들...
팥앙금에서 예상한대로 커스터드도 그리 달지 않아 나는 오히려 괜찮은데
어렸을때 먹었던 그 기억속의 맛과는 조금 다른듯...
빵은 뻣뻣하지 않은게 촉촉하니 좋고 빵과 크림의 비율도 모지람없이 잘 맞고..
먹기좋게 포장지로 감싸주어 들고다니면서 먹기도 좋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1층 치짜이시 앙팡(CHIJJAI-SI ANGPANG, チッチャ-イシあんーパン)




그런곳을 원한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태어나서 9살때까지의 입맛이 평생 입맛을 좌우한다고 한다는 기사를 읽은적이 있다.
어렸을때부터 좋은것만을 먹이는것보다 중요한것은 여러가지 다양한 맛의 경험을 하는것이며
그저 음식의 맛뿐 아니라 여러가지 기억과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여
경우에 따라서 어떤맛을 평생 멀리하게 되기도 한다는것이다.
물론 이것은 미각에만 한정된것이 아니라 모든 감각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어쩌면 우리가 늘 '어렸을때 먹던 맛이 아니야...' 라고 하는것도 그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은 맛있다는 음식의 기준을 '어렸을때 먹던  맛'이라는 말로 대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답을 알수없는것은
누구나 어릴때 먹던 그 맛을 잊지 못하고 그 기억속의 맛을 찾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만들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같은 상황, 환경, 재료가 아니기때문에 똑같은 맛을 내기 어렵고
만드는 사람의 손맛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수 있다는것은 당연한일이지만
그러한 이유로 너무 쉽게 포기하는것은 아닐까?
그저 재료가 바뀌었으니까,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입맛이 변했으니까, 여러가지 상황이 너무 힘드니까...
특히나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오는 가게들은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져
장인정신이 듬뿍 담긴 음식을 맛볼수 있는 기회는 우리에게서 점점 사라져가고있는 지금의 상황을
그저 안타깝다는 말로 쉽게 넘기는것은 먼 미래를 내다볼때 매우 불안하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의 성격은 쓸데없는 전통에는 너무너무 집착하면서도
꼭 필요한, 지켜야 할 소중한 전통은 당장에 아무런 쓸모다 없다는 이유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니까...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변하는것은 너무도 당연한 거지만
그런 흐름속에서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
싼마이로 만들건 럭셔리로 만들건...
우리의 기억속에 남은 그 맛을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하는것은 바로 마음을 담는것...
'그게 말이 쉽지...' 라고 나도 말하지만...
그저 돈벌이로 시작한일이더라도 인생은 나라는 한사람의 역사를 기록하는 매일의 순간순간,
그 역사속에 '평생을 지켜온 맛'이라는 글씨를 새길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답답하고 말도 안되는 세상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당장 눈앞의 이득보다는 평생 사람들이 기억해 줄수 있는 맛을 만들어내주기를 바란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것이 아깝지 않고
맛있게 먹고난 후 환하게 웃으며 인사할수 있도록...
어린 꼬마다 장성한 청년이 되고 머리가 히끗히끗해진 노인이 될때까지...
평생 내 입맛을 변함없이 지켜줄 그런곳을 원한다...

딸랑 2500원짜리 소라빵 하나 먹으며...
나는 또 생각만 많아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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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36.5˚C 몽상가 2010.09.18 08:2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소라빵 오랜만에 봅니다. ^^ 맛있겠어요. 한번 들러봐야겠네요.

    • BlogIcon gyul 2010.09.20 04:3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옛스러운빵에 달지않은 차가운 커스터드...
      은근 맛나요...
      커피한잔이 있으면 더 좋을것같다는생각이 들었어요...^^

  2. BlogIcon ♥쭉쭉♥ 2010.09.18 14:2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마지막 말씀.. 일본 드라마 '오센'이 생각나네요. 먹는 행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갑니다.!

    • BlogIcon gyul 2010.09.20 04:3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저도 오센을 꽤나 감명깊게 봤어요...
      다른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시간이 흐를수록 전통이나 역사에는 관심이 없어지다보니
      이런 당연한일들을 바래야한다는게 좀 아쉬워요...
      어렵고 힘들수록 가장 지키기 힘든 자존심과 전통을 잘 지켜가길 바래요...
      언젠가 그것이 더 큰 힘과 용기를 주게될테니까요...

  3. BlogIcon 여신사 2010.09.18 15:2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좋은 음식은 좋은 추억을 남긴다고 하잖아요.^^
    저도 빵 하나에 많은 기억이 있는데~ 소라빵도 그중 하나죠.

    • BlogIcon gyul 2010.09.20 04:3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 저도 소라빵은 좋은추억이 많은 음식이예요...
      여신사님말씀대로 좋은음식 많이 먹고 좋은 추억도 많이 가질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4. BlogIcon 클라라 2010.09.19 01: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소라빵의 초코크림이 일정하게 안들어가면...
    꼭 먹다가 밑둥 쪽으로 초코크림이 빠지게 되쟎아요.
    그래서, 늘 윗부분을 잘라서 밑둥으로 삐져나온 초코크림을 찍어먹곤 했는데...
    여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완전 제대로 탐나는데요?^^

    • BlogIcon gyul 2010.09.20 04:3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크림이 밑둥으로 빠지면 그나마 나은걸요...
      요즘의 소라빵은 대부분 밑둥은 빵밖에 안남아요...ㅠ.ㅠ
      전체 길이의 절반만 크림이 들어가있어서 완젼 목막히고...ㅠ.ㅠ
      요즘나오는 소라빵, 슈크림...다 완젼 아숩...ㅠ.ㅠ

  5. 아얌 2010.10.09 11:0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분당롯데백화점에 이번에 새로 오픈했는데 맛있더라구요 ㅎㅎ
    전 종류별로 다 사먹어 봤다능 ㅋㅋ
    적당히 달달하고 맛나더라구요~부모님 선물에도 좋을듯

    • BlogIcon gyul 2010.10.09 23:1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아...여기 분당롯데에도 오픈했어요?
      ㅎㅎ 은은하니 맛 괜찮고 빵도 옛스러운 포근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