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있을뻔 한 중요한 미팅이 며칠 후로 미뤄지는 바람에 시간이 비었다.
뭘할까 하다가 날씨도 좋고 다음 주초에는 날씨가 좀 안좋아진다길래 산책삼아 남산에 갈까?
남산근처에도 꽃이 많이 피었다길래 집에서도 가깝고 해서 산책삼아 들러줄까 했는데
이런...배가 고프다.
그러고보니 밥을 안먹었다.
남산쪽에는 먹을게 완전 허당이신지라 근처에서 뭘 먹고 갈까 하다가 생각난 사이間.
얼마전부턴가 사이간에서 몇가지 메뉴를 시작한게 생각났다.




한남오거리 바닐라그릴 옆옆옆(?)쪽에 있는 사이간은 원래 쿠킹클래스같은걸 하는곳이었다.
음식을 파는곳은 아니었고 단지 지나는길에 핸드드립 커피를 사먹어본적이 있긴한데
얼마전부턴가 간판에 슬로우키친이라는 제목이 달리면서 음식을 판다는 내용이 칠판에 써져있었다.
맛이 있을까 없을까? 그전부터 여긴 뭘하는곳인지 꽤 궁금했었는데 오늘 먹어보기로 했다.




가게안에는 4인용테이블 2개와 2인용테이블 2개가 있었고 창가쪽으로 바 형태의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물론 창가쪽은 계산대도 있고 가게 주인이 공부를 하는지 책도 있고...
사람이 많으면 앉을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안쪽의 식탁에 앉는것이 좋겠다.
우리는 넉넉한 4인용테이블에 앉았다.




칠판에는 메뉴와 가게의 소개가 써있고 저 칠판의 뒷쪽이 주방이다.
가정식이라면...집에서 하는것처럼 밥도 저 전기밥통으로 하는거겠지?
전기밥통은 쿠첸이다.




칠판의 양쪽 끝에는 음식메뉴가 써있고 가운데부분은 tea종류가 써있다.
일본스타일이라고 해서 전체 메뉴가 일본음식으로 되어있는것은 아니고 일본스타일로 만든 몇몇 메뉴가 있는것같았다.
메뉴는 달달이 바뀌는지 메뉴위에 '이달의 차림표' 라고 써있다.




메뉴를 좀 자세히 보면 저렇다.
우리는 <두부 강된장과 취나물밥> 과 <구운야채와 함께하는 일본카레>를 주문했다.
반대쪽의 메뉴에는 S&B카레를 사용한다고 정확하게 써있다.
음...S&B...우리집도 그 카렌데...^^




물은 미지근한 차로 준비되어있었다.
개인적으로 아주 차가운 물보다는 미지근하거나 따뜻한것이 좋다.




각 테이블마다 작은 아이비가 자라고 있다. 예쁘긴한데...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물이 담긴 용기를 깨끗하게 닦아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작은 공간에 주방도 있고 문을 열어두는데 한남오거리는 워낙에 이동하는 차의 양이 엄청난곳이라
불어오는 바람에 매연과 먼지가 동승할것이 분명하므로 기름때와 먼지가 들러붙는것은 당연하지만
어쨌거나 영업을 하는곳이고 음식을 먹는 식탁위에 있는것이라면
저정도의 기름때와 먼지가 올라앉기 전에 깨끗하게 닦거나 아예 없는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예뻐보여서 좋다고 만졌다가 손에 먼지가 들러붙어서.........
물론 집에서도 저런 먼지는 생기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영업하는곳은 청결이 제일 중요하니까...




제일 먼저 나온 카레.
잘 보이지 않지만 큼직큼직한 감자가 들어있다. 다른야채가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먹으려고 주문한게 아니라서
약간씩 맛볼때 감자를 먹게되었기 때문에...
카레는 역시 원래 알던 그 맛이 났다. 아주 특별한맛은 아니고...
집에서도 먹는 브랜드라 예상했던 그맛.




카레와 같이 나온 구운야채가 올려진 밥.
야채는 주문한 후 바로 구워져 나온것같다. 음식을 기다리는동안 나는 냄새가 마치 집에서 나는것같았다.
카레는 미리 만들어져있는것이 나오겠지만 (어디나 다 그렇듯...)
갓 구워 따끈한 야채를 올린 밥은 정성이 느껴졌다.
한참 얘기하느라 밥은 밥통에서 퍼온것인지 보지 못했는데 밥이 약간 말라있어 조금 딱딱하게 느껴졌다..
전기밥통은 집이나 밖이나 좀 그런가보다.




강된장은 아주 일품이다.
정말 맛있었다.
처음에 나왔을때는 양이 너무 적은거 아닌가 싶었지만 음식을 내어주며
'모자라시면 더 말씀 하세요.' 하셨다.
음식을 처음부터 많이 주어 남기는것보다는 적당히 주고 모자랄때 더 먹을수 있도록 하는것이 낭비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라
모자라다고 야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강된장과 같이 먹는 취나물밥. 취나물만 나오는줄알았는데 버섯도 넉넉히 올려져있다.
내가 좋아하는 취나물은 깔끔한 맛으로 나물의 본래의 맛을 잘 느낄수 있었다.
물론 이 밥도 약간 말라 딱딱한느낌이 있었다. 갓 지은밥처럼 부드럽게 섞이지 않는다는것은 조금 아쉬웠다.




맑은 된장국국물같은것을 주셨는데 여기서 호박의 향이 났다. 밥에 정신이 팔려있을땐 호박죽을 주는줄알았으니까...
호박이 들어있는건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맛있었다. 나 원래 단호박 안좋아하는데...




곁들이는 반찬은 연근과 우엉조림이 나왔다. 특히 저 노란 연근조림은 레몬처럼 상큼한 맛이 나는것이 아주 맛있었는데
나중에 여쭤보니 레몬이 아니라 유자로 맛을냈고 치자로 예쁜 노란색을 만들었다고 한다.
잔반찬이 딱 저 두가지이지만 아주 깔끔하고 맛있게 먹었다.
복쓩님과 나는 구색에 맞게 어떤 음식이나 같은 반찬을 내어주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서는 달랑 두가지 반찬이지만 식사와 잘 어울리는것으로 만들었고 그때그때 바뀌는것같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만들었냐고 여쭤봤을때도 친절하게 자세히 설명해주셨고 이 반찬만 내어드릴때도 김치를 달라고 하시는분들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물론 한국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식사에 김치를 반찬으로 먹지만
우리는 김치의 필요성을 느끼지못할만큼 아주 상쾌하게 식사를 할수 있었다.

이 반찬들은 너무 맛이 있어 칠판에 써있는대로 나는 남기지 않고 모든 반찬을 먹었다.



복쓩님이 찍은 전체 사진.
복쓩님은 카레를 주문했는데 밥은 조금 모자라고 카레는 꽤 많았다.
밥을 조금 더 달라고 하니 먹기 적당한 만큼 좀 더 주시며 더 필요한것이 있으면 말씀하라셨다.
양이 좀 적은거 아닌가 생각할수도 있는데 우리가 집에서 먹는 한공기의 양보다는 많다.
물론 모자라면 조금씩 더 주시기 때문에 그렇게 모자란 양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내가 찍은 전체사진.
밥의 양에 비해 강된장의 양이 조금 적었지만 강된장을 더 달라고 하면 주시지 않았을까?
나는 밥에 올려져 나온 취나물과 버섯을 그대로 먹느라 강된장을 더 달라고하지는 않았지만.......
강된장에 송송썰어진 고추가 많았는데 나는 고추를 못먹기때문에 고추만 다 남겼는데
다음에 또 먹게되면 고추를 못먹는다고 미리 말해야 겠다.
맛있는 음식인데 남겨 미안한 마음이 들었으니까...^^




여기서 식사를 하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아플때는 여기와서 밥을 먹어야 겠다는것이었다.
조미료가 없이 딱 집에서 만든 밥과 같았고 먹고 난 뒤에도 속이 꽤 든든했기때문이다.
아무래도 아플땐 손하나 까딱하기 싫고 내가 아프면 복쓩님도 나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어려워지는데
집에서 가까운곳에 이런 가정식 음식을 파는곳이 있다는게 왠지 마음이 놓였다고 할까?

나는 보통 외식을 하게 될때 한식은 피하게 된다.
우리는 집에서도 밥보다 다른 음식을 많이 만들어 먹긴 하지만 왠지 한식은 늘 집에서 먹는것이어서 지루한데다가
아무리 맛있다는 집도 조미료가 듬뿍 들어있기 때문에 먹으면 속이 편하지 않기때문이다.
게다가 찐쌀이니, 반찬의 재활용이니...
그 출처를 알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보니 한식에 대한 불신이 너무 많이 생겨 더욱 그렇다.
작년 후반기쯤 동네에 청국장집과 백반집이 새로 생긴것을 눈여겨 두었다가
언젠가 몸이 아플때 집에서 밥을 하기도 귀찮고 해서 이 두곳의 식당에서 식사를 한적이 있지만
역시 그냥 그런 맛이고 복쓩님은 청국장을 먹고 약간 탈이 나기도 했기때문에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깔끔하고 정갈하게 만든 믿음직스러운 밥집이 동네에 있다는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식은 한식위주로 되어있지만 그 스타일은 일본의 깔끔함을 따르고 있어 일본스타일이라 쓴것인데
그 가게의 스타일을 내가 잘 읽은것이기를 바란다.

전반적인 가격은 6000~7000원정도? 되는데 이정도 되는 가격에 이런 음식이라면 가격대비 성능은 꽤 좋은것같고
단점이라면 테이블이 적어 자리가 조금 협소하다는것과 주차가 안된다는것?

어쨌거나 집에서 밥을 먹은것처럼 든든한 그느낌은 참 좋았다.

한남오거리 옥수동방향 왼쪽 슬로우치킨 사이간(Slow Kitchen 間)
(웨스턴차이나 가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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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한선 2009.05.28 22: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슬로우 치킨이 아니라 슬로우 키친이요 ^^;

  2. BlogIcon 여름_녀름 2009.07.14 06:5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 슬로우 푸드에 관심이 많은데.. 꼭 가보고 싶네요.
    맛있어 보이고, 정갈해 보여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