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늦은밤,
기욤에 다녀오는길에 빵이랑 도넛을 조금 사가지고 오다가
뭐가 '푸다다닥'한다.
어? 뭐지? 하고 뒤를 돌아봤더니...
은행나무에 수직으로 붙어있는 고냥이...
고냥이가 여기저기 잘 기어올라가는건 알지만
저렇게 붙어있을수도 있나?
그놈참 싱기허구나.... 하고있는데
후다닥 바닥으로 떨어지듯 내려오더니 구석에서 냐옹냐옹거린다.




동그란 눈이 꽤나 귀엽게 생긴 고냥이한마리...
평소 강아지는 많이 키워봤기때문에 뭘 원하는지 한번에 알수 있지만
고냥이는 초등학교때 키우던 '나비'와의 추억이 전부였던지라...
너의 눈망울이 뭔가를 말하는것같지만 확실히 알수가 없구나...
길고냥이들은 보통 도망가는데... 요녀석은 도망도 안가고 냐옹냐옹거리며 한참을 쳐다보길래...
쪼그리고 그 앞에 앉았다.




캄웰아가 촛점을 맞출때 나오는 빨간불이 무서운건지...
아니면 우리가 마주하고 앉으니 이제 필요한걸 말하려는지...
등을 벽에 대고 쫘아아아아악 긁고 가서는 어느 구석 틈새를 향해 또 냐올냐옹거린다.
'얘 배고픙가?'
쪼그리고 앉아 고냥이와 눈을 맞추고 있던 우리는 혹시나 먹을까 해서 주섬주섬 가방안에서 도넛츠를 꺼냈다.
어렸을때 나비는 아무거나 막 주면 잘 먹었던기억이 나지만
복슝님은 고냥이들은 뭔가 인공적인것들이 들어간것은 냄새맡고 잘 안먹는다고 하시길래...
뭐...일단은 배가 고픈지 모르니까...




도너츠를 꺼내려고 부시럭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망설임없이 우리쪽으로 걸어오는 고냥이...
다가오다가 겁이나는지 어느선이상으로는 넘어오지 않는것같아서 살며시 도넛츠를 바닥에 놓아주었지만
조금 잘라준 도넛츠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고 계속 냐옹냐옹거린다.
'웅...미안해... 언니가 가진게 이거밖에 없어...너 빵이라도 좀 먹을래?'
했지만 다시 벽쪽에 등을 문지르거니 구석에서 또 냐옹냐옹거리고...
아...알수가 없으니 너무 답답... 뭔가 필요한게 있다면 해주고싶지만 방법이 없구나...
미안한마음에 슬그머니 일어나서 천천히 걷는데 걷다가 뒤돌아보면 여전히 냐옹냐옹거리고 있어서...
걸어오는동안 몇번은 뒤를 돌아본것같다...
집에서 가까웠다면 얼른 들어가서 다른 먹을거라도 좀 가져다주었을텐데...
까만 밤이었는데도 유난히 반짝거리는 까만 눈동자를 가진 고냥이가 며칠째 여전히 마음에 걸리네...
제2외국어 이런거...꼭 사람들 언어만 배워야 할까?
동물언어 배워서...얘네들하고 얘기하고싶은데...
도움을 청하고 있다면 도와주고 싶은데...
멈멍이들 말은 조금 알것같은데 냐옹이들말은...아직 잘 모르겠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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