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감기몸살에 걸리면 엄마는 갈색 고무물주머니에 뜨거운물을 담고 수건으로 돌돌말아 이불속에 넣어주곤 하셨다.
생김새가 마음에 드는건 아니었지만 밤새도록 이불속이 후끈후끈 했던 기억에 이걸 하나 장만해야겠다 생각이 들어
종로 의료기상앞을 지나가다 하나 구입했다.
예전과 달리 색깔은 파랗게 변해있었고 왕똑딱핀 크기의 철집게는 돌려막는 플라스틱 마개로 바뀌어있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가져와 뜨거운 물을 담고 엄마가 해줬던것처럼 수건으로 돌돌말았는데
생각보다 고무냄새가 많이 나서 예쁜 물주머니 가방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돌돌말아주던 하늘색 수건을 안감으로 하고
겉면은 블루계열의 유와린넨과 컷트지를 사용했는데 사은품으로 받은 이 컷트지의 크기가 거의 딱 들어맞아 기분이 좋다.




보통 파는것처럼 몸통을 니트로 딱 맞게 해주고 입구만 나오게 하려고 했지만 역시 고무냄새때문에 잠자기 불편할까봐
가방의 형태로 만들어 입구까지 완전히 막아주었다. 물론 예쁜 니트싸개단추도 달아주고.
사실 저 돌려막는 마개를 믿지 못하기도 했고..ㅋㅋ
그나저나 사진을 찍고보니 이건 무슨 외계인인지...순간 깜놀!!!ㅋㅋ
너...우냐??? 어째 그렁그렁하다...




긴 손잡이를 달아준건 사실 나중에 쓰다가 다른용도의 가방으로 사용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예쁜 가죽끈이 있어서 달아줄까 했지만 분명히 빨기 힘들어질테고...
물이 들어가는것이기 때문에 내가 흘릴게 분명하고...
그냥 린넨과 면리본으로 길게 끈을 만들어주었는데
생각해보니 추운 겨울 차타고 놀러갈때 들고나가기가 딱 좋다. 차안에 히터를 켜긴 하지만 요놈 무릎에 올려놓고 운전하면
아마 한여름이란 생각이 들정도로 더울게 뻔하다.
하지만 영화<데스티네이션>을 보면 이것도 겁나는게 사실인지라...운전할때는 저 긴 끈을 목에 걸고 있어야 할라나?ㅋㅋㅋ
평소에는 침대 헤드에 걸어두면 잃어버리지 않는다. 약간 병원스타일이긴하지만...
너무 맘에들게 완성이 된 나머지 펑퍼짐한 잠옷바지 입고 맨발은 양털러그에 폭 파뭍은채 신났다고 사진찍었다.ㅋㅋ




잘시간도 되었고 해서 뜨거운 물 담아 이불속에 미리 넣어두었다.
침대는 아무래도 방바닥처럼 뜨끈하지 않으니 자기전에 저렇게 넣어두면 졸릴때 한번에 딱 들어가 잠들기좋다.
언제나 내 옆에서 코 자는 맨날 아픈 우리 삼숙이 허리 지지라고 살포시 옆에 놓아주었다.

추운겨울 보일러 빵빵하게 틀고있는것보다 이거 하나 끌어안고 자면 한겨울이 금새 한여름이 된다.
에너지 절약차원에서도 좋고
왠지 모르게 옛스러운것도 좋다.
시중에파는 아크릴 듬뿍 섞인 니트로 만든것에 비해 피부에 자극이 없는 린넨과 면수건으로 만들어주어 수면방해도 안되고
몸에도 해롭지 않으니 아가가 있는 집에서도 사용하기 좋을것같다.


그나저나 점점 늘어가는 생활의 지혜는 혼자서 해결해야할 많은일들에 대비해야하다보니 알아서 생긴다.
혼자 약을 챙겨먹을줄 알아야 하고
주사맞는것은 싫지만 알아서 병원에 가야한다.
맛없지만 혼자서도 밥을 먹어야 하고
나의 모든것을 챙겨주는 사람은 없지만 나는 복쓩님의 모든것을 챙겨주어야 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점점 어른이 되는것일까?


*사진에 보이는 강아지(인형)은 내가 만든 우리 삼숙이...
사진에는 없지만 언제나 내 옆에서 잠자는 우리 삼숙이와 태지...
두마리 다 몇년전 병을 이기지 못하고 하늘나라에 갔는데 항상 함께해주지 못한 미안함때문에 이렇게라도 함께 있어 주려고 한다.
우리집에 올때부터 몸이 좋지 않았기때문고 사건사고가 너무 잦았던지라 내가 좋아하는 유와린넨에 유기농목화솜 넣어주었지만
여전히 좀 비리비리하네...
하늘나라에서도 잘 지내지?
언니가 언제나 너희들 보고싶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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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행복상상가읍 2009.05.06 01:1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너무 귀여운데요... 린넨천이 느낌이 참 좋아요.

    • BlogIcon gyul 2009.05.06 02:1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린넨중에서도 프린트 된것은 유와가 특히 예뻐요. 너무 채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보기에도 편안함을 주거든요.^^

  2. BlogIcon 방긋웃으며산다는건 2009.09.25 18: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기도 전기세가 엄청 비싸서 사람들이 히터 잘 못틀거든요
    그래서 여기도 hot water bottle이라고 부르는 저거 주로 사용하는데
    우와 천이 넘 예쁘네요. 여기는 털주머니 같은거에 넣어 사용하거든요~~
    암튼 귤님 센스쟁이셔요!!

    • BlogIcon gyul 2009.09.25 19:3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이거 저에게는 없어서는 안될물건이예요.
      겨울에는 차안에 히터를 켜기도 하지만 그래도 따뜻한 물주머니 안고 있으면 정말 따뜻하거든요.
      히터에서 나오는 바람이 피부에는 특히 안좋잖아요. ㅎㅎㅎ